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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현문우답

by 떰띵두

저녁을 먹으며 남편과 이런저런 수다를 피운다.

남편은 오늘도 반주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큰아이 없이 둘째와 셋이 식탁에 앉아 주절주절 그러다

아차! 하며 남편이 텔레비전을 킨다.

골프경기를 챙겨보려는 것이다.

요즘 나도 관심이 생겨 밥을 먹으면서 경기화면에 비치는 선수에 대해, 궁금한 것에 대해 묻고 아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해본다.

그 얘기를 곰곰이 듣고 있던 아이가 아빠를 부르며 물어 온다.


'아빠! 그럼 나도 이제 초3 됐으니까 인제 골프 한번 해보고 싶은데 해 볼까?'


남편과 내가 나눈 수다 속에서 선수들의 골프 시작 시기를 언급하던걸 듣고 아이는 자기와의 연관성을 찾아내면서 대화에 합류할 참으로 아빠의 생각을 물어 온 것이다.


남편은 살짝 당황하며 말한다.

'어.. 뭐? 골프를 배워보고 싶다고?

그렇지. 골프선수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 시작을 하지.

그런데 골프 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냐?

힘들어서 안돼!'


그러자 아이가 다시 묻는다.

'내가 해봐야지 힘든지 아닌지 알지

나도 골프 한번 해보고 싶은데 해 보면 안 돼요?'


남편은 난감한 듯 씩 웃으며 얘기한다.

'그거 하려면 돈도 많이들 뿐 아니라 엄마가 너를 위해 모든 걸 다 포기하고 하루 24시간 챙겨야 하는데 엄마가 힘들어서도 안돼'


남편은 아이가 단념했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현실적인 얘기를 한 듯하였지만 아이는 또 물어온다.

'골프는 내가 하는 건데 엄마가 왜 힘들어?

그리고 돈이 얼마나 들킬래 그럼 명절에 받은 세뱃돈 그걸로 쓰면 되지'


남편은 굽히지 않는 아이의 욕구에 뭐라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선 어정쩡한 어투와 함께 아빠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시 한번 아이에게 대답한다.

'암튼 니가 골프를 하기는 어려워.

그니까 난중에 어른되면 그때 하던지 해'

혹 아이 기가 죽을까 염려하는 모습이 비친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아빠의 미안함을 외면한 채 또 얘기한다.

'아빠! 골프 하는데 그게 뭐가 힘들어요?

내 친구들도 많이 하던데요'


남편은 자꾸만 꼬리 물고 얘기하는 아이에게 의아한 듯 난감해하며 퉁명스레 말한다.

'니 친구 누가 골프를 하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닐 텐데 무슨 니 친구들이 많이 한다 말이고'


그러자 아이는 그런 아빠가 이상하다는 듯 툭 내뱉는다.



'내 친구들은 방과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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