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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띵두 May 09. 2024

해프닝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었더니 쿠팡에서 온 물건이 놓여 있었다.

받는 이가 내 이름이라 순간 내가 뭘 시켰었나?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집어 들었는데 제법 묵직한 것이라 손을 받쳐 들어야 했다.

생각해 봐도 이 정도로 크고 무게가 나가는 걸 시킨 게 없는데...

보낸 이를 살펴보아도 이름이 없다..

뭐지?

받는 이가 내 이름이라 아무런 생각없이 포장지를 확 뜯었다.

홍삼선물 세트였다.

그것도 두 박스였다.

어.. 이걸 누가 보낸 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시킨 적이 없고 다시 포장지를 세세하게 살펴본다.

보낸 사람을 알 수가 없다.

누가 보냈을까?

혹시?


오늘이 바로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그런가?

군에 간 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보내준 걸까?

군인 월급으로 보내준 건가?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고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군대 간 아들이 이제 다 컸나 보다 싶은 마음에 든든하고 기특하다.

이제 사회인으로 독립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한다.

이 선물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는지 모른다.

아껴서 귀하게 꼼꼼하게 챙겨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남편에게 서둘러 정리된 유추된 생각을 되짚어 알려준다.

무뚝뚝한 남편도 아들의 선물일 거란 말에 콧구멍 평수가 넓어지면서 입꼬리가 실룩실룩한다.

아이의 선물이 이처럼 반갑고 감격스러울 수가 없다.

선물을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았으나 자란 아이가 자기의 돈으로 이렇게 엄마 아빠를 위해 준비해 준 것이란 생각에 이제 정말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주체할 수 없는 뭉클함으로 눈물이 핑 돈다.

이 감격의 순간을 고스란히 전하고픈 마음에 가족단톡에 흥분된 떨림까지 담아 아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아들! 너~~~~ 무 고맙다.

귀하게 잘 챙겨 먹고 기운 짱짱하게 하루하루 즐겨볼게..


좀체 이 흥분과 설렘이 가라앉질 않는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출근길에 올랐다.

차에 시동을 걸고서 잠깐 시간을 가진다.

문득  

아침 느닷없는 선물에 내 엄마 아빠가 생각난다.

엄마아빠도 기분이 이러했겠구나 싶다.

내가 하는 그 선물이 반갑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선물할 수 있던 그 상황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그러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새끼가 이런 선물을 챙길 만큼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 감사하고 안도하고 기특해하셨겠구나

그래서 마다하던 선물이지만 그리도 좋아하셨던 거였구나 싶은 생각에 또 나는 울컥해 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 엄마는 내게 때가 되어야만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했었다.

귓전에 맴도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창밖 풍경이 새롭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깜짝 놀란다.

군대에 있는 아들이 이 시간에 전화를..

설렘이 철렁함으로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이야 이사간에 무슨일 있어?"

"오늘 나  갑자기 휴일근무한게 있어서  하루 부대에서 쉬게 됐어"

"응! 아들.."

 말을 막아서고는 아들이 얘기한다.

"엄마! 미안 그거 내가 보낸 거 아니야.

혹시나 싶어 걱정돼서 전화했어.

누가 보낸 건지 확인되면 먹고 지금 당장 먹으면 안돼"

... ...

"그럼 누구지?

그냥 니가 보냈다고 치면 안될까?

엄마 너무 감동했는데..."

아들은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엄마! 내가 돈 벌면 더 좋은 걸로 챙겨드릴게.

이번은 군바리 안부인사로만 대신해 주라.

 미안해."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세상이 또 달리 보인다.

잠깐의 착각이 오만가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착각에서 벗어났지만 지금 나의 상태는 행복이 먼저다.

잠깐의 착각이었지만 나는 이 순간이 또 감사하다.

내가 오늘 엄마아빠의 깊은 기쁨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들!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니 안부전화로도 엄마는 충분히 행복한 하루야

엄마는 니가 몸도 마음도 정신도 건강한 어른이 되기를 바랄 뿐이란다. 니가 진정한 독립된 어른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단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자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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