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헛발질

by 떰띵두

줄곧 짝사랑을 해온 나는 대학교 신입생 시절 그때에도 동아리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재수생 동기였는데 몇 번의 우연이 있었고 그 우연은 내 마음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주었고 그로 인해 나는 점점 그 친구를 더 많이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학교 축제인 대동제가 시작되었고 영화동아리였던 우리는 혈기왕성한 신입생답게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영화제 티켓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의 기억엔 그날 참 날씨가 화창했다.. 눈이 시리울 정도였다 싶다.. 동아리 선후배가 한 곳에 모여 판촉활동이 계획되었던 날이었고 나는 당연 그 친구를 보기 위해서 행사에 적극 동참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숙맥이었지 싶다.. 내 좋아하는 이 마음을 들킬까 하여 조마조마 조심스러워했고 그러나 이 마음을 그냥 좀 알아줬음 하는 은근한 기대감에 꽂혀 나는 온종일 그 친구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학생회관 앞을 지나다니는 선후배, 교수님들께 열의를 가지고 판촉을 했지만 성과가 기대치를 밑돌았고 그때에 그 친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너 저기 저 사람 보이니?'

'응, 보이지, 왜?'

'그럼, 너 저기 저 사람한테 가서 우리 영화표 팔고 오면 내가 나머지 영화표는 책임지고 다 팔께'라고 말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었고, 내 자존심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달자면

나는 동아리 활동을 좋아했고... 그래서 나는 답했다.

'응, 내가 저기 저 사람에게 이 영화표 팔고 올게'

그러고는 손에 영화표 2장을 집어 들고 저만치 민주광장이라고 하던 잔디밭광장에 있던 사람에게로 다가갔고 나는 그 사람의 옆구리 정도를 손끝으로 톡톡 쳤고 반응이 없음에 그 사람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때 그 사람은 몹시 당황해했었지 싶다.. 그렇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우리 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내게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고 나는 그 거절을 무시하고 다시 판촉을 시도했고 그 사람은 이런 나를 어이없어하는 순간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때 동아리 선배가 저만치에서 나를 연신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좀만 기다리라 하고 다시 오겠다 하고 나를 부르는 선배에게로 뛰어갔고 그 선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거기서 도대체 뭘 하는 거냐?'

'저 저 사람에게 영화표 팔려고요'

'너 지금 저기가 어디라고 가서 표를 판다는 거야? 저기 봐바'

.

.

바로 거기는 총학생회장인 그 사람이 대중의 학생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던 곳이었다..

.

.

.

.

요즘 글쓰기를 하다 보면 그때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붓길에 매료되어 집중하게 되면 나의 얼굴은 화선지위로 곤두박질치게 되고 점점 나의 시야는 흐리멍텅해져 정작 보아야 할 화선지위 나의 붓끝은 보질 못하게 된다.. 너무 집중한 탓에 나의 시야는 가려지고 초점을 잃고 방향을 잃어 오리무중 신세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몰입해야만 가능하다고 말이다.. 근데 나는 거기에 빠지면 안 되는 하나를 알려주고 싶다... 선택 후 적절한 거리 두기를 꼭 유지하고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 몰입도 넘치는 집중은 목표달성이 아니라 헛발질로 기록될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화선지에 처박힌 얼굴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고 정작 내가 쓰고 있는 글자조차 보이지 않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기절해 버리면 지금의 이 노력이 영원히 헛발질인 것 일 테지만 그 순간 정신을 번쩍 차리고 다시 한번 화선지에서 얼굴을 이만치 끌어올리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바로 적당한 거리 두기 이것이 나에게는 몰입의 헛발질을 멈추는 묘수가 되었다...

그래도 그 시절 몰입의 헛발질로 허우적대던 내 모습이 사랑스러운 건 뭘까? 이제야 그 시절의 나에게서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게 되어서일까?

정신이 혼미해지는 순간 그 몰입에 매몰되지 않으면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