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에 대한 생각

"김상균 - 메타버스"를 읽고

by 주희진

메타버스란 키워드는 회사에서 처음 들었다. IT업종과 관련이 없는 회사이지만, 지난 3월 로블록스가 나스닥에 상장할 때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주식 꽤나 하는 우리 팀 차장님이 종종 언급하던 키워드였다. 사람들이 #로블록스 #메타버스 #떡상 #가즈아ㅏㅏ!! 라고 외치며 그 주식을 살 때 나도 발 조금 담가보며 '아 나도 메타버스에 오른건가' 생각했더랬다. 사실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주식을 샀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뉘앙스가 한때 4차 산업 냄새를 풀풀 풍기며 많은 이에게 돈다발을 안겨준, 다만 요즘은 대세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이 있는 머신러닝이라거나 전기차라거나 하는 테마를 새롭게 대체하기 위해 강림한 유망주처럼 느껴졌고, 투자해서 돈 꽤나 벌었다는 차장님이 미는 주식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버렸던 것 같다.


주식을 사고 나서 로블록스에 대해 조금 찾아보다가 느꼈던 점은 - 읭? 이게 뭐가 그렇게 새로운 거지? 라는 생각이었다. 이거 그냥 고딩 때 주구장창 하던 게임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 아닌가? 그저 그렇게 조사를 그만뒀더랬다. 술값 정도만 딱 벌고 단타치고 나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아무 생각 없이 주식을 샀었구나 싶다.


그런데 이번에 책 속 로블록스 챕터를 읽어보며 엄연한 차이점이 정리가 되었다. 과거의 게임 속 가상세계는 제작사에서 만든 세계관을 유저들이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로블록스는 유저들이 직접 세계관을 형성해나가고 다른 유저들이 그것을 소비한다. 과거에도 게임 속 툴을 이용하여 유니크한 본인만의 게임을 제작하고 다른 유저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게임 제작의 자유도는 무척 제한적이었다. 이를 차치하고서,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스스로 게임을 제작할 인센티브가 없었다.


로블록스 내에서는 다른 유저들이 내가 만든 게임을 좋아하면 그것은 돈이 된다. 세상에 돈처럼 강한 유인책은 없다. 유튜브에 광고수익이 없다면, 앱스토어에 판매수익이나 광고수익이 없다면 누가 선뜻 그러한 플랫폼에 크리에이터로서 나서겠는가. 세상에 대한 봉사심이 아주 투철한 소수의 사람들 정도일 것이다. 유튜브가 영상 플랫폼, 앱스토어가 어플 플랫폼이라면 로블록스는 하나의 게임 플랫폼을 만든 것 같다. 유니크한 점은 창작자와 사용자가 같은 세계에 실시간 공존하며 상호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 아래 실시간 시장반응과 함께 성공과 실패는 빠른 시간 내에 확인된다. 마치 현실세계에서 내가 카페를 열었는데 파리만 날린다면, 커피맛이 문제일까 아니면 카페 위치가 문제인가, 혹시 인테리어가 너무 촌스럽지는 않은가 바로바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오듯, 로블록스 세계관에서도 창작자들은 시장반응을 즉각 확인하여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창작자와 사용자의 소통과 공존 하에 발생하는 피드백을 토대로 로블록스 세계는 기하급수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진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세계관이 확장되고 성장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머물게 할 수 있고, 로블록스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다시 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실세계와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끊임없이 세계관을 더 확장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성이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 아닐까.


테드창의 공상과학 소설 속 디지언트가 생각났다. 게임 속에서 사람들이 인공지능 애완동물(?)을 육성시키며 그 애완동물과 정이 들어가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갈등 요소였다) 소설 속에서는 게임 속 소프트웨어 애완동물을 현실 속 하드웨어에 불러와 직접 접촉하기도 하고, 인간이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여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가서 소프트웨어 애완동물과 소통하기도 한다. IT기술의 어마어마한 발전으로 인간 상상력의 소프트웨어적 구현은 이미 무한대로 뻗쳐나가고 있는데, 뒤따라와야 할 것은 사실 하드웨어적 구현이 아닐까 싶다. 로블록스 속 가상세계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하여 현실세계까지 가지를 뻗치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주식을 다시 사야겠다.


(이 글은 특정 주식에 대한 투자장려글이 아니며, 혹여 투자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순전히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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