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서울의 공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by 민디

서울의 공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인제에서 서울로 오기로 마음먹었을 때, 유정은 ‘달라진 내가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래서 서울의 무거운 공기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서울의 공기는 원래 이런 거야. 일단 부딪혀보자.”

스스로 그렇게 다짐하며 유정은 터미널을 힘차게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떠나온 고향 인제와는 달리,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이라면 다른 내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계약직을 전전하며 버틴 3년 동안,

유정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고갈되어 갔다.

매일 출근길엔 괜찮은 척했지만,

퇴근길 버스 창문에 비친 얼굴은 낯설었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인 걸까.’

이유만 알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답답한 마음에 친구 민영을 만났다.

민영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사주 한번 봐봐. 나는 보고 나니까 진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

유정은 반신반의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주라는 걸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름 잘 본다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간 ‘사주 상담소’.

건물 2층으로 오르는 발걸음은 묘하게 무거웠다.

문을 열자 진한 향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두운 조명 아래, 낡은 탁자에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유정은 면접장마다 느꼈던 불안이 다시 찾아오는 걸 느꼈다.

그 여자의 시선을 마주치기가 두려웠다.

“저기, 사주 보러 왔는데요.”

여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유정의 생년월일시를 물었다.

태블릿 화면을 바라보던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취업을 알아본 게 3년 전이라 했죠?

서울에 온 건 6년 전이고요?

“네, 맞아요.”

“올해는 토의 기운이 막혔어요.

그래서 하는 일마다 잘 안 되셨을 거예요.

그때부터 막힌 운이 들어왔네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찔렀다.

마치 내 인생의 고장을 누군가 정확히 짚어준 것 같았다.

유정은 그 말에 묘한 위로를 느꼈다.

2층 계단을 내려올 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듯했다.

그날 이후, 유정은 유튜브에서 사주와 타로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번 달은 운명의 전환점.’

‘토의 기운이 돌아오면 막힌 일이 풀릴 겁니다.’

그런 문장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마치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조종해 주는 듯한 느낌.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건, 한동안 편했다.

하지만 그 위안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에서 계약이 끝났다는 전화를 받은 날,

유정은 아침에 타로카드를 한 장 뽑았다.

‘운명의 수레바퀴(The Wheel of Fortune).’

유정은 웃음이 났다.

“이게 전환이야?”

손에 든 카드를 구기며 중얼거렸다.

퇴근 후, 유정은 타로나 사주 영상을 보지 않았다.

대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때 인제에 계신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길이 없는 것 같아도, 절망인 것 같아도,

돌아보면 그게 다 필요한 과정이야.”

유정은 창문을 열었다.

서울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고 차가운 빛이었지만, 그날따라 유정은 미소가 났다.

타로도, 사주도, 어떤 예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모든 걸 내려놓은 채 천천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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