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은 타로도 사주도 없는 하루가 낯설었지만 , 어딘가에서 희망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계약이 끝났다는 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닫힌 문대신 다른 문이 열릴 것만 같았다.
유정은 거울 앞에 섰다,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지친 모습의 자신을 바라봤다.
"내가 이렇게 지친 모습이었구나 " 유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지금의 모습이 초라해 보였지만
더는 회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를 보살핀다는 마음으로 거울 속 퀭한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그저 흐르는 대로 유정은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 고요와 침묵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듯 "내가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현실이 다시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유정은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추천 피드에 뜬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주 당신에게 나타날 변화 "
"그냥 재미로 한번 봐보자. 어차피 이대로 흘러가지 않을 건데 뭐"
유정은 스스로 고요를 깨며 유튜브 영상을 클릭했다. 다정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타로카드를 하나하나 보여주였다.
유정은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고 , 다시 타로에 기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날밤 유정은 다시 타로카드를 꺼냈다.
카드를 만지는 손끝에는 예전 같은 즐거움이 없었다.
타로 카드 한 장을 뽑았지만 마음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유정은 카드를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서울의 불빛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수많은 불빛 가운데 유정의 마음에 닿는 불빛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내 삶의 기준을 누군가의 말에 두고 있었을까?
타로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아주 희미한 목소리가 유정의 안쪽에서 울렸다.
아직은 작고 불안했지 다만 분명히 존재하며 섬세한 목소리였다.
유정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