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맑음

설 이야기

by 모퉁이 돌

오늘 날씨는 맑았다.


사실, 어제도 맑음이었다.


그간 내 마음에 드리운

잡다한 상념의 먹구름도 걷혔다.


그래서 마음 날씨 역시

이제 '차차 갬' 또는 '맑음'으로 해두련다.


설날에 선물을 받았다.

시골뜨기 남정네한테 분에 넘칠 정도로

너무 세련된 선물 같았다.


늦저녁엔 '죽마고우'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때 함께 땀 흘려 공을 차고,

목욕탕 가서 서로 씻겨주고,

대회를 나가고,

일본 교류전에도 다녀온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다.

40 중반임에도 우리들의 시간은

30년 전 그때, 그 순간, 그 장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많고,

아무 말 대잔치에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는 개구진 어른 꼬마들.


일전에 한번 '브런치(2021.9.29, 선영이에게 바치다)'에 소개했던

'달려라 하니' 육상부 선영이는

SNS에 뜬 우리 사진들을 보곤

자신만 빼고 만났느냐며 삐죽거린다.

축구부 모임에 육상부원은 당치 않다고

농을 던지는 것으로 갈음했다.


긴 긴 하룻밤을 보내고

음력 정월 초이틀의 아침 해를

잠시 잠깐 보고선

이제는 '텅 비어있는'

아버지(어머니)의 일터로 갔다.

자의 반, 타의 반,

섣달 그믐날 은퇴하신

그 역사의 현장을

나의 눈에, 나의 가슴에

또렷이 담아두기 위해서였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쓸 참이다.)


그리고는 동네 어른을 만나

박재삼 시인이 생전 거닐던

노산공원 밑 팔포를 둘러보고

'마도 누야(마도 횟집 누나,

노래실력이 가수급)'와 새해 인사를 나눴다.

점심을 먹으러 실안 선창가로 향했다.


자연산 개불로 이름 난 곳이다.

연륙교, 죽방렴, 윤슬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실안은

'우리나라 9대 낙조'로,

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식사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전, 허리 수술을 잘못 받고

몸에 탈이 난 중학교 친구 녀석이었다.


곧장, 그를 만나

이런저런 하소연을 들었다.


아픈 행색에도 뭐,

특전사 출신이라 그런지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작별인사를 하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다.


'나의 생이 나만의 생은 아닌 거구나'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나의 그대들을 위해

결코 허투루 살면 안 되는 거구나'

.

.

맑음


강원석


비 오는 날

빗소리 들어 보아요.


그 소리

음악처럼 들린다면


그대의 마음은

비가 와도 맑음입니다.

.

.

삶의 무게와 굴곡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은 여정이었다.

이제 나는,

비가 와도 무조건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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