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학교 안 갈래."
"그냥 학교 안 다니고 싶단 말야."
딸의 상처는 깊었다.
학폭 가해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공이,
지금 다니는 학교가
몸서리칠 정도로 싫다고 했다.
이미 주변 심리상담전문가들이
가족여행을 권유했던 터라
제주도로 향했다.
오롯이 딸을 위한 시간표를 짰다.
바다도 보고 싶다 그러고,
눈도 보고 싶다 그러고,
인형도 사고 싶다 그러고,
버블티도 마시고 싶다 그러고,
숲길도 걸어보고 싶다 그랬다.
딴 건 다 오케이.
그런데 제주에서
눈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지인 찬스로 1100 고지를 알고는
거기로 갔다.
온 천지가 눈 부신 하얀 설국이었다.
바다도, 하늘도, 숲도
다 맑고 푸르고 깨끗했다.
딸을 향한 탐라의 속삭임.
사춘기 소녀의 얼굴에서
비로소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만큼은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다.
스마트폰 게임도 상관 안 했다.
아직 저리도 천진난만한 아이인데...
꿈 많은 볼 빨간 여리디 여린
가시 없는 장미꽃인데...
.
.
내 딸아,
너를 반겨준
한라의 백록처럼 고결하게 커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