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면

by 모퉁이 돌

오늘 십자가를 보고 나면

곧장 고향에 가렵니다.


그곳에는 장미 담배 입에 문 시인이 노래한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이 유유히 흐르고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아직도 하고 있는

바람이 소나무를 간지럽힙니다.


그곳에는 성난 바다로 하여금 목숨을 지켜주는

섬 하나 흘러 와 포구를 에둘러 섰고

애잔한 동무들의 목소리 물어다 주는 갈매기가

부지런히 날아다닙니다.


그곳에는 아버지 같은 와룡산이 우뚝 솟아

계절에 요동침 없는 큰 바위 얼굴이 되어 있고

어머니 닮은 쪽빛 한려수가

만 가지 사연 여민 채 푸근하게 넘실댑니다.


그곳에는 다시 닿을 수 없는 유년의

내 어린 왕자가 세월을 잊고 살며 숨 쉬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땅에다 바늘 하나 꽂고

하늘에서 밀씨 하나 떨어뜨리면 나풀거리며 꽂힐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난,

그래서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늘 조마조마한

그대가 먼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나는 십자가 사랑 스민

고향으로 가렵니다.


#20210919 by cornerkicked

이전 15화9월 15일에게 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