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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모퉁이 돌
Jun 22. 2024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 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습니다
.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
눈물은 왜 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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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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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모퉁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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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JTBC 사회1부에서 부산권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일기 쓰듯 매일 단상을 갈무리하고 또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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