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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으로 느끼는 디자인, 물성 매력의 시대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알칸타라의 물성매력

by 고요

[디자인의 자격 연재 종료 안내]

안녕하세요, 고요작가입니다. 갑작스러운 연재 종료에 조금 놀라셨죠? 네에..

그동안 매주 월요일에는 ‘침묵의 늪’, 화요일에는 ‘디자인의 자격’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글을 나눠 연재해왔습니다. 처음엔 제 이야기와 디자인 이야기를 함께 엮으려 했는데, 흐름이 산만하게 느껴져 따로 연재하게 됐어요. 그렇게 나눠서 쓰다 보니 오히려 분량과 속도에서 어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다시 “내가 쓰고 싶은 방식대로” 글을 쓰자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더 정리된 형태로 돌아오려 합니다. 침묵의 늪은 다음주까지가 마지막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요 드림



러쉬 매장에 들어섰을 때, 직원이 먼저 다가와 나를 따뜻하게 안내해주었다. 매장은 향기와 색감으로 가득했고, 그 순간부터 일상과는 다른 감각의 공간으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손을 씻고 나서, 나는 로즈 아르간 바디 컨디셔너를 손등에 살짝 발라보았다. 부드럽게 스며드는 그 질감이 마치 피부 위에 퍼지는 달콤한 향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촉감도 향도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잠시 그 자리에서 멈춰 서 있게 되었다.

이어서 러쉬의 더티 보디 스프레이를 시향해봤다. 처음에는 약간 시원한 풀잎 느낌이 스쳤고, 곧이어 깊고 안정적인 샌달우드의 향이 뒤따라왔다. 마치 이른 아침, 숲속에서 혼자 숨을 고르며 걷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향을 손목에 뿌려봤다.

손에서는 로즈 아르간 바디의 달콤하고 포근한 향이

손목에서는 시원하고 묵직한 우디 향이 퍼져 나와

두 가지 향이 나를 감싸듯 어우러졌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기억보다 더 선명하게 순간을 붙잡아둔다. 그 짧은 체험은 단지 향을 시향하고 제품을 써보는 것을 넘어섰다. 향기를 통해 감정이 환기되고, 공간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작은 순간까지도 인상 깊었다.

냄새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나는 단지 체험만 했을 뿐인데, 그 감각적 경험이 기억에 남고, 그 경험을 소유하고 싶어졌다.

바로 그 순간, 소비 욕구가 일어났다.


이처럼 2025년의 디자인 트렌드는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서 ‘느껴지는 것', 즉 ‘물성 매력(material seduction)’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성 매력이란, 소재가 가진 촉감, 질감, 온도, 무게감 같은 감각적 요소가 우리 안에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디자인의 힘을 말한다.

그건 '예뻐서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감정’으로 연결된다. 그날 러쉬에서 발랐던 로션은 단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나의 기분과 감정이 저장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각적 경험은 러쉬 매장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내가 마주한 알칸타라(Alcantara)의 전시 역시 같은 방식으로 내 감각을 움직였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는 1961년부터 매년 4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가구 박람회다.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라는 공식 가구 박람회,

밀라노 시내 전역에서 열리는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라는 장외 전시로 구성된다. 디자이너, 브랜드, 언론, 바이어가 몰려드는 전 세계 디자인계의 심장 같은 무대다.

그 안에서 알칸타라는 단순한 섬유 브랜드가 아닌, 감각의 언어로 디자인을 말하는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도레이가 개발하고, 이탈리아 네라 몬토로에서만 생산되는 프리미엄 인조 섬유 브랜드인 알칸타라는, 스웨이드처럼 부드러운 촉감과 고급스러움, 내구성을 동시에 지니며 다양한 산업에 채택되고 있다.

이번 디자인 위크에서 알칸타라는 네 가지 전시를 통해 그들의 소재가 얼마나 감각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알칸타라는 네 가지 전시를 통해 소재의 예술적 잠재력을 강하게 드러냈다.

ADI 디자인 뮤지엄에서는 자동차 디자인 전문 매거진 '오토앤디자인'과 함께 ‘레 이코네(LE ICONE)’라는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알칸타라를 통해 평범한 사물들이 감각적이고 영속적인 예술로 변화했다. 수상자에게 전달된 트로피에도 2년 연속 알칸타라가 사용되었고, 그 감촉은 단순한 시상 도구를 넘어서 브랜드 철학의 상징이 되었다.


비아 토르토나 31에서는 건축 스튜디오 스튜디오페페와 협업한 전시 ‘À.RIA’를 열었다.

하늘빛 커튼은 공기의 색감을, 바람 같은 곡선은 움직임과 흐름을, 그리고 입체 패턴 벽면인 ‘부냐토(Bugnato)’는 공기의 밀도나 리듬 같은 걸 시각적으로 전달하였다.


ACI 본관에서의 ‘Driving the Future’ 전시는 자동차의 미래를 주제로, 알칸타라의 부드러운 촉감과 맞춤형 디자인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 두께, 촉감을 가진 알칸타라는 맞춤형으로 커스터마이징 하기에 딱좋다.


슈퍼디자인쇼 2025에선 2015년 Nendo와 협업해 만든 ‘Alcantara-Wood’ 프로젝트가 다시 전시됐다.

목공예의 인레이 기법을 섬유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소재의 한계를 넘은 예술성과 세공미가 돋보였다.

목공예의 인레이 기법은 재료의 표면에 다른 재료를 끼워 넣어서 무늬나 그림을 만들어내는 장식 기법이다. 예를 들어 나무 판자에 다른 색이나 재질의 나무, 자개, 금속 같은 걸 얇게 파서 넣는 방식이 인레이 기법이다. 표면을 단순히 덮거나 칠하는 게 아니라,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구조적으로 무늬를 구성한 것이 매력이다.



결국, 알칸타라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촉감은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알칸타라는 자동차를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스며든다. 그렇게 그 감정은 공간과 기억, 그리고 ‘나’에게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더 이상 제품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감정을 사고, 감각을 간직하고, 경험을 소유한다.

러쉬에서의 순간처럼,

그리고 알칸타라의 전시처럼,

오늘날 디자인은 물성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시대다.


참고 자료

디자인적으로 명상하기 #보그 2024 밀라노 디자인 위크,보그,2024.05.24

https://www.vogue.co.kr/?p=486377

[밀라노 디자인 위크] "촉감의 미학"… 알칸타라, 車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스며들다

,카조선,2025.04.10

http://car.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4/10/2025041080115.html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5의 알칸타라,알칸타라, 밀라노2025년 4월

https://www.alcantara.com/alcantara-milan-design-week-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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