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2012 브래드 피트 주연
야구만큼 기록을 중요시하는 스포츠도 없다. 안타율, 출루율, 방어율 등 선수의 성과가 하나하나 숫자로 남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봐도 무방하다. 선수들의 야구 기록을 분석하면서 어떤 선수가 좋은 성과를 냈는지 말하는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약 20년 전만 해도 야구 선수들의 데이터 기록을 기준으로 선수들을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특히 선수 영입에 있어서는 더 그랬다. 인재를 영입하고 계약하는 스카우터들은 선수들의 데이터와 실제 게임 플레이는 전혀 다르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은 직감에 더 많은 의존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야구계에선 없던 일이었다. 오히려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를 영입하는 시도는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야구는 100년이 넘도록 스카우터들의 직감과 경험으로 선수들이 만들어지는 세계였다. 그중 잘된 선수들도 있었지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엄청난 연봉으로 떠들썩하게 프로 선수 입단을 한 루키 중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평범하게 시들어가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머니볼에 나오는 주인공 빌리빈 단장이다.
잠깐 영화 얘기를 하자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의 스토리다. 재정 위기에 몰린 애슬레틱스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선수들을 영입해야 될 처지에 놓인다. 다른 부유한 팀과 같은 전략으로 이길 수 없음을 깨달은 빌리 빈은 혁신적인 도전을 시도한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 영입에 나선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데이터는 안타율도 홈런율도 아닌 '출루율'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외되고 저평가된 선수들을 하나둘씩 영입에 나서면서 그동안 직감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던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직감의 스포츠에서 기록의 스포츠로 바뀌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부 사람들을 시작으로 언론까지 조롱과 질타를 받는다. 무모하기 그지없는 그의 혁신은 내부에서 조차 외면당하면서 감독, 스카우터, 팀원들과도 얼굴을 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본인이 믿는 진실에 한 발자국씩 걸어간다. 실패하면 그동안 몸 담았던 야구계에서 평생 조롱거리가 될 상황 속에서 그는 어떻게 자신을 밀고 나갔을까? 그는 왜 그렇게 기록에 관해 고집을 부렸나.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은 그의 저서 <Zero To One>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What is something you believe to be true that most people disagree with you?
질문을 좀 더 쉽게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당신만 알고 있는 진실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정말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대부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에도 이렇게 해왔으니깐 그냥 이렇게 하는 거야.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답변들이 오갈 때 Why?를 물어봐야 한다. "왜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지?" 당연시되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수가 행하는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은 보편적이며 혁신적이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다소 반항아 기질을 가진 소수가 세상의 혁신을 가져오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다시 머니볼로 돌아와서 얘기해보자. 그 당시엔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있던 진실은 선수 영입은 스카우터의 직감과 경험을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 넘게 그와 같은 영입 형태가 유지되었으니 그런 방식이 당연하게 여겨질 만도 하다. 데이터라는 숫자보다 사람의 직감이 더 영향력이 컸던 시기였다.
그러나 빌리 빈 단장의 생각은 그와 반대점에 있었다. 그는 데이터에 중요한 진실이 있다고 믿었다. 그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조롱하고 부정하여도 그는 그가 믿는 진실에 도달하도록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의 생각을 실행해 나갔다. 아쉽게도 메이저리그 우승은 못했지만 전대미문의 기록을 쓰게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말도 안 되는 20연승을 거두게 된다. 새로운 진실의 발견은 혁신을 불러일으킨다.
혁신적인 스타트업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해주지 않는 진실'을 탐구하는 생각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뻔하고 많은 사람들이 했던 그대로 따라 한다면 그 아이디어가 정말 혁신적인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창업과 개업은 질적으로 다른 개체이다. 무에서 유로, 0에서 1로 만드는 일이 창업의 본질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오늘도 80시간 100시간씩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스타트업의 정신 아닐까?
<머니볼 엔딩 영상>
사진 1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iAHlZVgXjk (유튜브 화면 캡처본)
사진 2 출처: https://m.blog.naver.com/leeon715/221217242265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JCGo81P5P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