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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Oct 07. 2020

성공적인 유학생활로 착각하게 만드는 함정 3가지-3

3. 방구석에서 쉐도잉으로 영어를 늘린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던 영어공부가 있었다. 자녀들에게 녹음된 영어 성서를 하루에 15분씩 들려주는 것이었다. 효과가 꽤 탁월하다는 얘기가 어디서 펴졌던 것 같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녁 9시쯤 되면 꼼짝없이 영어로된 성서를 펴고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영어를 들어야 했다. 효과는 어땠을까? 95% 이상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채로 넘어갔다. 성서 듣기 시간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30살이 넘은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과연 그런 식의 듣기 공부 방법에 학습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어린 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재미없는 시간을 억지로 참고 듣기만 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초등학생이 듣기엔 어렵고 지루한 콘텐츠가 아니었나 싶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영어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어는 매일 수분 동안 들었지만 머리에 안착하진 못했다.


이해는 배움의 핵심이다. 이해해야 배울 수 있다.

이해를 중심으로 한 배우기 방법은 정말 중요하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부에는 수준이라는 개념이 들어온다. 이해를 해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수준의 콘텐츠로 시작해서 점차 높은 단계의 콘텐츠로 차근차근 이동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영어 쉐도잉이 영어 실력 향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쉐도잉이란 영화나 미드를 보면서 대사를 실시간으로 입으로 따라 하는 영어 공부법이다. 영어 대사 문장의 구조를 완벽히 이해한 상태에서 따라 한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해 없이 뇌는 멈춰 있고 그냥 입으로 떠들기만 한다면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



책을 읽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책을 이해하면서 읽는 것(뇌로 읽는 것)과 그냥 책을 눈알로 읽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저자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책을 뇌로 읽어야 저자의 의도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눈알로 책을 읽으면 같은 문장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보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책을 보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스노우보드 바인딩 회사 공동창업 당시 학교 메거진에 올라온 사진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그냥 언어를 픽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아이들도 이해를 바탕으로 언어를 배운다. 모음 자음 소리 -> 어설픈 단어 -> 짧은 문장 -> 조금 길지만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 -> 조금 긴 문장 이런 식으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해간다. (쉐도잉으로 언어를 배운 아이들이 있다면 제보해주세요)



그냥 아이들처럼 흡수하듯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 안 될까?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는 것처럼 타국의 사람들과 인터렉션을 통해 배우는 것 말이다. 방구석에서 쉐도잉으로 연습하는 효율보다 원어민을 만나서 문화를 직접 느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유학생활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하면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승전 사람들과 교류하라는 말로 끝나는 것 같다. 유학생활은 방구석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국이라서 조심해야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과 교류하고 문화를 몸소 체험하면서 얻는 게 많은 유학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성공적인 유학생활로 만드는 함정 3가지 시리즈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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