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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Oct 08. 2021

제2의 XXX은 없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제로투원 독후감. 

1. 서치 엔진에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먼저 보여준 구글

2. 기존엔 직감으로 선수들을 선발했던 야구를 데이터 기반으로 바꾼 빌리 빈 단장

3. 기존 피처폰 공룡 회사들을 몰락시키고 스마트폰 시대를 연 스티브 잡스

4. 전기 자동차를 상용화시키고 화성 이주를 위해 로켓을 쏘아 올리는 일론 머스크


이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동의하지 않은 진실에 다가섰다는 것이다. 수많은 N이 되지 않고 0에서 1을 만든 혁신의 주역들이다.  


'제로투원'을 읽었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사회는 특히 경쟁이 심하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입시 경쟁, 이후엔 취업 경쟁 등 우리는 한국이라는 작은 경기장 안에서 경쟁하며 사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해졌다. 경쟁을 피하면 지는 것이고 경쟁이 미덕이 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 책은 진실을 보게 하였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문구는 이 책의 핵심이다. 나의 어렸을 적 성향을 돌이켜보면 경쟁을 싫어했고 팀플레이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 학원에서 1:1 겨루기 시간이 매 맞기보다 싫었다. 게임도 1:1로 싸우는 종류보다는 웬만해선 팀플레이 중심 게임만 했다. 승부욕이 세지 않았기 때문일까? 물불 안 가리고 이길 바엔 그냥 져주는 것이 마음 편했다.


그 때문인지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말은 내게 위안이 된 문장이었다. 회사에선 심한 시장 경쟁 때문에 거래처를 뺐고 빼앗기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었다. 박리다매로 이익은 줄어들고 피로 물든 레드오션에서 서로 누가 먼저 침몰하느냐의 치열한 싸움만 오갔다. 살아남기 위해, 승리의 깃발을 먼저 꽂기 위한 전략들을 모색했다. 그러나 내 성정과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경쟁을 싫어하는 본성인데 살아남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음 한편에 부담감이 되었었다. 그러나 피터 틸이 말하는 진실은 다음과 같다. 회사는 경쟁 우위를 점하지 못해서가 아닌 독점하지 못해서 망한다. 




오케이. ‘경쟁은 나쁘고 독점이 좋다’라는 진실까지는 설득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독점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는가? 피터 틸이 제시한 독점 기업의 4가지 특징을 나의 언어로 재정리해 보았다.


1. 10배 뛰어난 기술력.


다른 서비스나 제품보다 10배 개선된 혁신적인 서비스. 한 번 주유에 평균 600km를 가는 자동차를 6,000km를 달리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지금보다 개선된 자동차로는 불가능하다. 자동차 설계를 처음부터 새롭게 리빌딩(Rebuilding) 해야 한다. 새로운 개념과 관점으로 자동차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사진 1. Loonshoot


2. 네트워크 효과가 가능한 제품.


핵심은 데이터이다. 사람들이 자주 더 많이 사용할수록 좋아지는 제품. 예로 테슬라 자율주행 자동차가 더 많이 도로를 활보할수록 데이터가 쌓이면서 도로 주행 퀄리티는 올라간다. 사용자는 더 좋은 편의성을 제공받는다. 선순환의 Fly Wheel이다. 핵심은 데이터이다. 



3.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성이 커지는 제품.


핵심은 소프트웨어이다. 소프트웨어는 무한 복제 가능하며 개발 인력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재료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판매 규모가 몇십 배 커져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없다. 이것이 항공기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가 근본적으로 다른 게임을 하게 만든 핵심일 것이다.


주제와 외람된 얘기일 수 있겠지만 PER과 PBR을 잠깐 언급하고 싶다. 투자를 할 때 보수적으로 PER과 PBR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 기본 틀이다. 몇십 년 전까진 기존에 대부분 회사는 하드웨어 중심이었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나오는 숫자들이 의미가 컸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형 데이터의 가치가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 IT기반 기업들이 전통 회사보다 더 나은 가치 평가를 받고 상장하는 경우가 최근 많이 있었다.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 vs. 트위터, 기존 자동차 회사 vs. 테슬라, 기존 은행 vs. 카카오뱅크. 


그런데 데이터 역량은 회계 장부에 반영되지 않으니 더 이상 PER과 PBR 등으로 회사를 판단하는 것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한다. Price Data Ratio(PDR)이라는 개념은 없지만 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가 앞으로 승승장구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AI역량으로 더 빠르고 퀄리티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앞으로 회사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데이터가 많은 회사가 시장을 독점할 것이다. 


하드웨어가 기존 시장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보조하는 몸체일 뿐 핵심은 Soft 한 무형 데이터이다. 


"데이터 >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 "


개인적으로 구글이 조금 아쉬운 점은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역량을 초기부터 개발하지 않은 것이다. 애플과 테슬라는 초창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했다.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 창업 시절 MIT에서 강연한 영상을 보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테슬라 또한 주행과 도로 정보 수집을 위해 멋진 전기 자동차를 설계했다. 


사진 2. Steve Jobs at MIT Sloan School


4. 브랜딩


1, 2, 3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면 저절로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브랜딩은 파워풀한 전략이지만 이것 하나로만은 어렵다. 그에 대한 근거로 테슬라가 마케팅 비용으로 돈을 전혀 지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1, 2, 3번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 자체로만 마케팅이 되고 있다. 광고나 마케팅 없이 테슬라 사이버 트럭은 120만 대 사전 예약을 기록했다. 사전 예약 금액으로 100달러를 지불해야 하니 120,000,000달러(약 1400억 원)를 벌어 놓고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도지 코인으로 노이즈 마케팅 덕을 보긴 한 것 같다.


사진 3. 테슬라 사이버트럭


제로투원은 나의 평범한 사고의 틀을 깨준 책 중 하나이다. 독점이라는 개념은 회사뿐만 아니라 투자 스타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대한 적은 기업에 투자하고 거듭제곱 효과를 볼 수 있는 투자자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점이 보이는 바이블 같은 책이다.



표지

https://www.yna.co.kr/view/AKR20190604015700072

사진 1. 

https://theinnovators.network/safi-bahcall-on-loonshots-creating-nurturing-crazy-ideas/

사진 2.

https://medium.com/@robtiffany/steve-jobs-lecture-at-mit-3be22b8dc284

사진 3. 

https://d3jn14jkdoqvmm.cloudfront.net/wp/wp-content/uploads/2019/11/25104518/evpost_8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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