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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Oct 09. 2021

최초가 최고에 다가간다.

7000만 장 판매를 기록한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의 10년간 여정

크래프톤(KRAFTON)이라는 이름보다 배틀그라운드로 더 잘 알려있는 회사. 책 크래프톤웨이는 블루홀의 2007년 창업을 시작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책을 집필한 이기문 작가는 크래프톤 창업자도 직원도 아닌 외부인이다. 지난 2년간의 크래프톤 창업자와 관계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10년간의 역사를 사실적인 내용에 기반하여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크래프톤웨이는 강남 독서 모임에서 필독서로 접하게 되었다.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회사의 비전과 조직이 궁금했다. yes24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나는 책의 내용을 얼추 짐작해보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미루어 보아 당연히 게임 스타트업 회사의 아름다운 성공 스토리일 것으로 생각했다. 출간 시점도 크래프톤 상장 한 달 전이라 '상장을 위한 마케팅?'이라는 생각도 스쳐갔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나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긴 터널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p.476)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뉘앙스의 문장이 자주 눈에 띈다. 혜성 같이 나타나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신화를 쓴 배틀그라운드가 Overnight Success로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하기까지 1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가 있었고 내놓는 게임마다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책의 대부분 내용은 처절한 실패 스토리를 담고 있다. 잇따른 프로젝트 실패와 창업자들 간의 갈등, 국내외 흥행 실패, 실패 후 팀 해체 등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읽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사측 대외비로 어느 정도의 각색은 되었겠지만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되어있고 사실 기반으로 책을 채워나가려고 애쓰는 작가의 노력이 보였다.


사진 1. 긴 터널


"테라도 크래프톤 거였어?"


크래프톤이 10년이 된 회사 인지도 몰랐고 테라를 제작한 회사인 것도 몰랐다. 크래프톤 게임 중 그나마 들어 본 게 테라이다. 크래프톤이 제작한 수많은 게임들 중 내가 해본 게임은 배틀그라운드가 유일하다. 책에서 나열되는 많은 게임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책이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달려가는데도 계속 흥행에 실패한 이야기뿐이다.


"그래서 배틀그라운드 성공 스토리는 언제 나오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면서 책을 넘기곤 했다. 계속 나타는 장애물과 그들의 실패에 동화되어 그런지 어서 빨리 승리의 쾌감을 맛보고 싶었다.


사진 2. 테라


배틀그라운드 제작과 성공 신화는 전체 책 지면에 10% 정도뿐(그것도 후반 부에 잠깐)이다. 다른 90%는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이야기, 창업자의 번아웃, 고뇌, 무능, 그리고 단행했던 수많은 의사결정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흥행 실패도 뼈 아픈데 공동 창업자의 퇴사, 경쟁사와 장기적인 법적소송, 재정 악화 등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내용이다.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을 치기 직전의 상황이 참 기가 차다. 풍전등화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1. 415명 직원 중 한 해만 204명 퇴사 175명 입사.

2. 2달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는 회사 재정.

3. 프로젝트가 흥행에 실패 시 두 번째 구조조정 단행이 필요한 상황.

4. 공통 창업자들의 번아웃으로 퇴사.


장병규 의장의 에필로그 중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제가 지금 지닌 지혜를 2007년에 이미 가졌더라면, 크래프톤을 창업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3. 배틀그라운드


현재 나의 상황 때문인지 책을 읽을 때 자연스레 경영자 관점에 이입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겪는 고통이 나에겐 위로로 다가왔다. 현 상황이 나를 지치더라도 상대적으론 저들이 걸었던 길보단 쉬워 보였다. 내 입장에선 이 악물고 버틴 이들의 도전이 초인적으로 느껴졌다. '게임의 명가'라는 비전 아래 게임 흥행에 대한 근본을 고민하고 탐구함과 동시에 비전을 향한 도전을 10년 가까이 지속했다는 것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실패와 도전 이야기 외에도 비전에 대해, 일에 대해, 지식근로자에 대해, 김창한의 단독 질주 등 좋은 인사이트가 담겨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는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우리 이렇게 성공했어요'라며 으스대고 싶은 것 같진 않다. 에필로그를 빠져 나오면서 책을 덮고 잠깐 생각에 빠졌다. 


성공 신화로 남기보단 비전을 향해 무수히 도전한 회사로 남길 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10년을 거친 '성공 스토리'라기보다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본 10년의 '도전 스토리'이다.



표지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346469

사진 1

https://dodo88.tistory.com/1376

사진 2

https://www.sedaily.com/NewsVIew/1ZBRR8Y2EU

사진 3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ko/0/05/Battlegrounds_Cover_Ar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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