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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Jan 22. 2022

OKR 레벨 업을 합시다 -★

고생하면서 깨달은 OKR 4가지 체크포인트

애초에 우리 회사는 목표 지향적인 분위기와는 먼 회사였다. 그런 점이 나는 평소 불만이었다. 그러다가 2년 전쯤 OKR을 처음 접했을 때 유레카를 외쳤다. 'OKR을 우리 회사에 적용시켜 혁신의 바람을 불게 하자'라고 생각하며 혼자 전의에 불탔다.


지금 돌이켜 보면 사내 문화와 수준에 맞지 않았던 운영 방법이었다. OKR을 제대로 하려면 마인드셋과 목표에 대한 관점까지 알아하는데 그 당시 회사 수준으로는 전적인 개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에게 OKR 도입 제안을 들은 상사나 부하직원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임직원을 모아 두고 PT 하고 설득에 나서면서 OKR 도입을 시도해보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어찌어찌 시작은 했지만 결국 지속 가능하지 못했다. 사람 하나도 잘 안 바뀌는데 회사 문화를 한순간에 통으로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OKR을 시작할 당시엔 자신 있었다. 기존에도 개인적으로 목표 관리를 연습해온 터라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실전에서 나의 실력은 역시나 형편없었다. 


OKR은 표면적으론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실행해보면 어딘가 어긋남이 느껴진다.  열심히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손이 가지 않아 방치해둔 적도 있고 중간에 목표를 갈아엎은 적도 있다. OKR을 진행하는데 매주 목표에 일관성이 끊겨서 몰입이 되지 않은 적도 있다. OKR을 세워놓았지만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 끝내지 못한 적도 있다. 루틴적인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덮어둔 적도 있다. 열심히 달렸는데 결과에 대한 마무리 피드백을 하지 않고 지나가기도 했다. 


최근 들어 OKR을 다시 하면서 느끼는 점은 개인의 목표 설정 수준에 따라 난이도가 확확 바뀐다. OKR을 책이나 강의로 처음 접해본 사람도 그럭저럭 OKR을 이해하고 작성할 수 있다. 그런데 깊이가 없다. '깊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분기마다 OKR을 거듭할수록 처음엔 쉽다고 느껴졌던 목표 설정이 점점 어려워진다. 비유를 들자면 입문은 쉬운데 배울수록 어려운 베이스 기타 같다. 


OKR의 진수를 맛보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하는 것 같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말일 수도 있지만 수차례 OKR을 반복하다 보니 작성 요령도 생기고 인사이트도 생긴다. 그 내용들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OKR 방법으로 목표를 시도해본 경험이 있지만 장애물에 부딪힌 것과 같은 느낌이 있다면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될 것이다. 



1. Object는 목표라고 읽지만 나는 열망/흥분이라고 해석한다.


목표라는 단어를 들으면 별 느낌이 안 온다. 목표라는 단어엔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아서 OKR에서 추구하는 본질과는 어긋난 느낌이다. 


OKR의 목표 부분을 열망/흥분으로 바꾸면 좀 더 느낌이 온다. OKR의 본질은 새로운 도전이다.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열망과 흥분이 담겨 있어야 몰입이 된다. OKR을 세울 때 꼭 팀원에게 물어본다. 시간/에너지/자원투자하여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본인을 자극하고 나아가게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에 몰입하려면 목표를 세우는 주체가 '나'여야 한다. 탑다운으로만 주어진 목표는 몰입하기 어렵다. OKR은 Bottom-up과 Top-down 목표의 밸런스(6:4 or 5:5 정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Bottom-up으로 OKR을 먼저 세우고 부서장이 회사 비전에 맞게 Align 해주는 것이 적절하다. 


달성하고자 하는 OKR 목표에 꽤 진심이어야 한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목표이거나, 너무 쉬운 목표이거나, 아니면 너무 어려운 목표일 때 몰입이 어렵다. 목표의 수준은 열심히 달렸을 때 닿을 듯 말듯한 정도가 적당하다. 



2. 임팩트의 크기는?


OKR을 세울 때마다 스스로 질문해본다. OKR이 달성되었을 때 성과가 가져다주는 임팩트는 얼마나 큰가? 3개월 동안 진행한 OKR 임팩트가 미미하다면 중요한 일을 위해 달려왔다고 말하기 민망하다. OKR 결과로 영향받는 사람들의 변화가 크고 혁신적일수록 임팩트가 크다.


OKR은 임팩트가 큰 일을 성취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약속하는 행위이다. 인 꼭! 경중이 있어야만 한다. 지식근로자라면 우선순위 잘 파악하며 일해야 한다. 적은 시간 일을 하고도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 말이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면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임팩트 있는 목표를 고를 수 있을까? 답은 고객에게 있다. 고객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좋아할까? 고객이 밤 잠 설치며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기존보다 10배 뛰어난 편의성과 효율을 제공할 수 있을까? OKR을 제대로 기획하기 위해 우리의 시선은 외부, 곧 고객에게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선이 조직 내부로 향해 있으면 임팩트가 크지 않다. 한 때 사내 시스템 효율을 개선하는 일을 OKR로 몇 분기 동안 잡고 일해본 경험이 있다. 피드백하면서 느낀 점은 회사 직원을 포함한 누구도 개선된 지표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성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향 범위가 제한적이다. 임팩트가 큰 목표는 고객에게 나온다.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3. 측정에 대한 자동화


요즘 OKR을 세울 때 가장 큰 니즈가 있는 부분이다. KR이 측정 가능한 목표인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 것인지가 화두이다. 측정이 정확하고 일관성 있어야 관리 및 개선 활동이 가능해진다. 홈페이지 유입수, 클릭수, 조회수 등 자동으로 수집되는 지표들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해야 하는 측정 방식은 에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분기 목표로 물류팀에서 오배송된 상품에 대한 에러율 개선에 나섰다. 출고 시 검수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잘못 출고된 상품에 대한 에러를 측정하고 2% 안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를 듣고 처음 머리를 스친 질문은 "그럼 측정은 어떻게 하지?"였다. 


에러 발생 시점이 상황에 따라 다르고, 발생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에러를 기록하고 다시 일을 하는 게 현실적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사람이 개입하는 부분엔 휴먼 에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측정이 불확실하면 결국 데이터를 못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KR 측정 자동화는 어쩔 수 없이 기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측정 부분은 자동화할 수 있도록 셋업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 애널리틱스(GA)나 API 연동으로 자동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구조를 먼저 셋업 한 후에 OKR을 진행한다. 정확한 KR 관리를 위해 자동화된 측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4. 숫자의 함정 


OKR을 진행할 때 숫자만 맹신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숫자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신뢰할만하다. 그러나 수치화에 대한 내러티브가 필수적이다. KR 달성률에만 집착하면 맥락을 잃어버린다. 마지막에 주관적인 해석으로 OKR을 마무리하는 파트가 있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KR 1. 홈페이지 인바운드 20% 상승

KR 2. 전환율 5% 달성

KR 3. 세미나 월 50명 등록 달성 


예를 들어 위에 세 가지 KR을 보면 OKR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수치화가 되어 있어서 측정 가능하며, 1차적인 행위에 대한 계획이 아닌 2차적인 결과를 관리하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각 KR에 대한 내러티브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주차별 OKR 실행 계획이 뚝뚝 끊기는 역사를 경험할 것이다. 목표의 연속성을 잃어버리고 몰입이 깨진다. 


단순히 숫자를 채우고 달성하는 행위 위에 의미가 곁들여져야 한다. 어떤 맥락에서 이런 목표가 유효한지에 대한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홈페이지 인바운드가 20% 상승이 우리 브랜드와 어떻게 연관이 있는가? 20% 상승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목표 달성으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OKR은 마무리 부분에서 주관적인 평가를 가미하도록 유도한다. 팬데믹 상황으로 세미나 월 50명 등록 달성을 못했다면 그냥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맥락을 보고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숫자만 보면 놓칠 수 있는 맥락을 보완해주는 부분이다. 



마무리...


OKR은 성과 지표라기 보단 성장 지표라고 생각한다. KPI나 MBO(OKR의 뿌리) 보다 더 agile 하고 도전적을 중요시한다.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OKR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그럭저럭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수차례 OKR을 실행해 보면 OKR은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OKR이 반복될수록 회사 비전과 공헌에 대해 고뇌하게 된다. 


OKR이 요즘 유행이긴 하지만 산업과 회사 문화에 따라 적용이 어려운 회사도 있을 것 같다. OKR을 하면 무조건 성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OKR이 뜨는 이유는 실리콘벨리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방식이 성장이 빠르고 MZ 세대들의 트렌드라서 그런 것 같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MBO 또는 KPI 운영 방식이 더 성장이 빠른 시대였다. 시대와 세대에 따라 운영 방식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OKR도 절대 영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트렌드에 올라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각자 회사가 산업에 속한 업계와 문화에 알맞은 운영 툴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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