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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길원 Sep 14. 2020

그렇게 애플의 Think Different는 시작되었다

마케팅의 본질

영상(아래 첨부 有)에서 스티브 잡스는 어김없이 그의 시그니쳐인 검은색 티를 입고 있다. 그런데 그의 바지가 특히 눈에 띈다. 카고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공식석상에 드러난 그의 옷차림은 다소 충격적이다. 파격적인 옷차림이 의도되었는지는 모르겠다. Think Different 광고 카피에서 언급한 '부적응자들과 반항아들'을 대변하려는 그의 의도가 담겨 있었을까? 



스티브 잡스가 다시 애플의 CEO로 복귀한 1997년, 그는 계속되는 적자로 파산 위기에 놓인 애플을 다시 지휘하게 되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애플의 본래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이었다. 그때 만들어진 'Think Different' 문구는 지금도 애플의 슬로건으로 남아있다. Think Different의 시작을 알리는 그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마케팅에 대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중요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잡스는 "To me, marketing is about values"로 시작한다. 그리고 한 가지 사례로 나이키를 언급한다. 나이키의 마케팅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They honor great athletes and they honor great athletics." 나이키는 위대한 선수들를 기리고 스포츠 정신을 기린다. 


유튜브 캡처본


나이키가 추구한 핵심가치는 제품을 넘어서 위대한 운동선수들과 스포츠 정신을 기리는 것이다. 애플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잡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라고 믿었다. 


"Apple's about something more than that. Apple, at the core, its core value, is we believe that people with passion can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That's what we believe."



시대는 변한다. 시장도 변하고, 제조방식, 유통방식, 제품 모두 바뀐다. 하지만 '애플이 가진 본래의 핵심가치는 바뀔 수 없다'라고 말한다. 애플은 세상을 바뀐 사람들을 기린다. 애플은 세상을 바꿀 것이고 이것이 존재 이유라고 말한다. 그가 믿었던 애플의 본질은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것이었고 Think Different 캠페인 영상에는 세상을 바꾼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상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잡스의 마케팅은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가치에 대한 잡스의 메시지는 확고했다. 애플로 다시 복귀하면서 잡스는 망가진 애플 본래의 핵심 가치를 다시 상기시켰다. 그가 추구했던 가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반항적으로 비춰지고 사회 부적응자들로 통했지만 세상은 그들을 무시(ignore)할 수 없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친 사람들(crazy ones)은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라고 잡스는 믿었고 애플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랐던 것 같다. 이것이 잡스의 철학이었고, 애플은 세상을 바꾼 사람들을 기린다. 나이키가 운동선수들에 대한 정신을 기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잡스의 생각에 따르면 마케팅을 단순히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마케팅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잡스는 애플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제품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마케팅은 제품 판매를 위한 기능을 넘어선다.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서 월등한 점은 무엇인지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일차원적인 정보 전달로만 그치기 때문에 판촉의 기능에서 끝난다. 사람들은 제품 성능 중심의 광고에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 그 보다는 회사가 풍기는 가치에 공감한다. 한 때 배민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카피를 잡은 것에도 같은 맥락이다. 배민은 앱에 대한 소개나 기능적 우월함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배민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마케팅으로 녹여내었다. 


유튜브 캡처본


애플은 핵심가치를 'Think Different'라는 두 단어에 담아내었다. 잡스가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마케팅은 그의 철학과 밀접한다. 애플이 그토록 많은 충성고객들을 갖고 있는 것에는 그들이 가진 정체성과 공감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이라는 것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왜 존재하는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제품, 일하는 문화, 그리고 핵심 가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 예술인 것 같다. 잡스는 이것들을 마케팅했다. 우리 회사는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할까?



<참고한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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