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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15. 2021

마음사전을 읽고 (210506)

1. 그녀는 한유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8세기 사람 한유는 이 세상 아름다운 소리들을 ‘평정을 잃고 우는’ 것들이라고 표현해두었다. 떨림을 소리의 원리와 음악의 원리로 이미 설명해두었다. 적당히 들으면 아름답고 듣기 좋은 소리이고, 가만히 귀 기울여 들으면 구슬프거나 심란하기 짝이 없는 그 소리들이 실은 떨림으로부터시작되며, 떨림으로써 멀리멀리 번져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더러 망각할 때에 자주 꺼내 읽어보는 문장이다.”


2. 그녀는 말레이시아에서 산 인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래전 말레이시아에서 재미있는 장난감 하나를 샀다. ....(중략)...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생명이 없는 사물 위에서는 떨지 않고 멈춘다. 그래서 죽어가는 사람의 손바닥 위에 그걸 올려놓으면 죽는 순간에 떨림이 멈춘다고. 그걸로 사망진단을 대신했다고 한다.”



3.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한다.


생명이 없는 사물 위에서 떨지 않는 장난감처럼, 모든 생명은 떨림을 만들어내고, 그 떨림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소리는 세상을 가득 채운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 때, 생명의 세상은 생명을 잃게 된다. 이는 눈에 보이는 생명뿐만 아니라, 생동감, 생생함 등의 개념과도 연결할 수 있다. 생동감을 잃은 생명의 세상은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떨림도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의 끝없는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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