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 그렸다
행여 갈라질세라 온 마음을 담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이 되길 바랐다
공들여 빚은 점. 그 점이 좋았다
이어지고 겹쳐지는 점
서로가 돋보이는 점
색색이 빛나는 점
그런 점이 많았다.
간혹 점은 앞뒤로 뒤집혔다
앞에서 뒤, 아닌 앞이 아닌 뒤
뒤의 뒤의앞이나뒤 아니
점칠 수 없어 더 이상은
점으로 뒤덮인 종이 위에 물을 쏟았다
앞뒤가 흐려졌다
나아지지 않는 점들 위에서
우리는 점을 더했다
더한 점은 허상을
(...)
침묵은 고작 일초 만에 수만 년을 집어삼킨다
조용히도 모든 이야기를 가져다
시간과 시간 속에 가두고 소멸할 듯
점에 박힌 한숨이 무게가 마음이
점과 점들과 점점의 점층이
공식 밖으로 멀어진다 점점이
남은 것은 단 하나의 점들
케케묵은 점과 한때 한순간 그날들, 번진 표정들
흩어진다 멀리서
환영을 만든다
오래된 그림을 창가에 걸어두었다
더는 가까워질 수 없을 때까지 다가갈수록 희미해지는 점
멀어지면 풍경이 되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