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는 맥락과 감정들
회의는 늘 공식적으로 흘러가지만,
진짜 이야기는 회의록에 남지 않는다.
침묵과 시선 사이,
언제 공기가 무거워졌고, 기류가 바뀌었는지
그 모든 건 문서가 아닌 사람 사이에 남는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불편한 회의가 있다.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머릿속엔 상대의 카드가 그려진다.
해야 할 말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일이다.
덜어낼 단어와
더해야 할 문장을 고르며
회의실로 들어선다.
웃고 있지만,
속은 긴장으로 가득한
회의의 시작.
언제 꺼내야 할지 망설여지는 말들,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의 센서를 세심히 켠다.
돌고 도는 이야기들 속에서
사실 다들 대략 알고 있다.
누가 무슨 말을 꺼낼지,
누가 그 말을 덮을지.
그런데도 다들 애써 웃는다.
흠칫 놀라 올라간 눈썹,
잠깐의 침묵 속에서 요동치는 내면.
언어 너머의 감정들이
회의실 안을 조용히 맴돈다.
상대의 단정적인 말들이 이어질 때,
반박하고 싶은 말이 수없이 스치지만,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많은 말들을 삼킨다.
오늘의 인내가
내일의 협업을
조금은 부드럽게 해 줄 거라 믿으며.
그러지 않으려 해도,
우리는 친밀함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으니까.
결국 일은
유대와 신뢰 위에서 굴러가고 있다.
회의가 끝나면
노트북을 닫으며 옆 동료에게 짧은 인사를 건넨다.
"수고하셨습니다. 쉽지 않네요."
회의록은 공유됐다.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사실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회의가
그럴듯하게 포장되었다.
정돈된 문장과 요약된 항목들 사이에
숨죽인 피로는 기록되지 않는다.
회의록에는 이 모든 감정이 빠져 있다.
시선, 표정, 주저함,
멈칫했던 그 타이밍들.
나는 이런 순간들을 따로 기억해 둔다.
무엇에 망설였는지,
어떤 말에 불편해했는지를.
그런 순간들은 다음 회의에서
상대의 입장을 더 정확히 읽는 데 도움이 된다.
불편함을 미리 감지하고 배려할 수 있을 때
대화에 여유가 생기고
작은 신뢰가 자라난다.
조직은 팩트로 돌아가지만,
일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한다.
그래서 회의의 핵심은
기록 바깥,
그 맥락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