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은 날에도 선명하게 하루를 보내는 이유
유난히 일하기 싫은 날이 있다.
막막하거나 버거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그냥 이유 없이 출근이 더 싫은 날.
그런 날엔 지하철에 몸을 실어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다 쓴 느낌이다.
출근은 했지만
집중은 안 되고
정신이 멍해진다.
이렇게 의욕이 없을 때 나는
미루고 싶은 마음을 막기 위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만든다.
리더를 대상으로 중간 공유 일정을
먼저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어쩔 수 없이 손을 대야 하니까
마음이 따라오든 말든
일은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한다.
혹은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일,
정해진 가이드 그대로 따라가는 작업이 있다면
그런 작업을 몰아서 처리한다.
이 날은 ‘창의’보다 ‘실행’이 적합한 날이니까.
물론 정말 너무 일 하기 싫은 날엔
적당히 쉬엄쉬엄 할 때도 있다.
나 없이도 회사는 잘 굴러가고,
그게 직장인의 슬픔이자
어쩌면 특권 아니던가.
그런데 하루를 너무 흐릿하게 보내다 보면
시간이 지나도 아무 장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내 인생이 의미 없이 소진된 느낌이 든다.
"지난주, 내가 뭘 했더라?"
"회사는 딱 돈 버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걸까?"
"이렇게 계속 출근만 해도 되는 걸까?"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답이 없는 질문들이
종일 이어지고
생각이 확장된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 비스무리한 것들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오늘을 조금이라도
'내가 썼다'고 느낄 수 있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조율하려고 한다.
완벽한 몰입은 아니어도,
하루를 흘려보내긴 싫어서.
의욕은 없지만
하루를 내 방식대로 붙잡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