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속도와 방향을 맞추는 일
회사에서 모든 동료와 호흡이 잘 맞을 수는 없다. 그중엔 유난히 대화만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관계가 있다. 대화의 핀트가 묘하게 어긋나고, 논의는 진전되지 못한 채 빙글빙글 제자리를 돈다. 누구도 악의는 없었지만, 회의가 끝나면 남는 건 서로의 답답함뿐이다.
A : 1안과 2안 중 어떤 방향으로 갈지 먼저 정하고 추가 진행 하는 게 좋겠어요.
B : 네. 이전 논의를 돌아보면 1안이 전략의 통일성 측면에서 더 좋을 것 같아요.
C : 저도 1안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더 높아 보여 좋습니다.
B : 다만, 1안에는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C : 흠.. 그렇네요. 이렇게 보완하면 어떨까요?
A : 1안의 장점은 이렇고, 단점은 이런 것 같아요. 2안은 이런 장점이 있어 장점 측면에선 2안이 더 좋아 보입니다.....
1안으로 흐르던 대화는 다시 1안과 2안을 비교하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고,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에너지만 소진된 기분이 든다. 이번 의사소통의 문제는 의사결정권자의 부재, 명확한 협의 단계의 부재, 사전에 통일된 의사소통 룰의 부재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시스템 부재도 있지만, 이런 대화가 반복될 때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 화법이 분명했는지, 불편한 공기 속에서 말을 에둘러하진 않았는지, 자칫 문장이 장황해지진 않았는지. 짧고 명확한 호흡으로 말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효율적인 소통이라는 명목 아래 다수의 의견만 우선시하지 않았는지도 떠올린다. 다수가 한 방향으로 모였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짚고 타협점을 모색했어야 한다. 우려 지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함께 논의했다면, 대화가 더 멀리 진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인풋에 빠르게 반응하는 내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금 느낀다. 바로 아웃풋을 내고 싶어도 상대의 속도에 맞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내 생각을 메모해 두고, 정리된 언어로 전달하는 연습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생각을 끊임없이 맞추는 일이다. 이해한 바가 동일한지, 다음 단계로 이런 아웃풋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기대하는 바가 일치하는지 계속 맞춰 나가야 한다. 대화의 속도와 방향을 맞추는 일이 결국 가장 효율적인 소통법임을 다시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