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이번 회사 편은 만 6년 동안 있었던 '주위의 이직'을 이야기해 본다.
캐나다의 건축-건설 산업 내 동종 업종의 이직은 흔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산업들 간 이직도 종종 일어나는 편이다. 하지만 본편에 소개할 이야기는 모두 내 지인들 사례이므로 성급한 일반화는 지양했으면 한다.
건축 회사 - 공무원
전 회사 옆자리 동료, 인턴 건축가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출산 휴가 복귀 후 얼마 되지 않아 밴쿠버 시청*으로 이직을 했다. 복지와 연금을 택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공부했던 같은 학교 선배도 건축 회사에서 6년 간 일 하다 밴쿠버 시청으로 이직을 했는데, 휴가와 복지 그리고 연금이 컸다. 건축 회사에서 공무원은 Client의 Client라고 일컫는데, 앞의 Client는 건축 회사의 건축주 (주로 디벨로퍼) 뒤의 Client는 그들에게 허가권을 내줄 손님(?), 시청이다. (손님은 왕이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의 지방직 공무원과 국가직 공무원은 공채 시험 제도는 없고, 인터뷰만 있다.
타일 회사 (Sub-Contractor) - 공무원
역시 학교 선배가 건설 Sub-Contractor (타일) 회사에서 몇 년 간 일 하다가 밴쿠버 시청으로 이직했다.
다른 선배는 건축 회사 테크놀로지스트인데, 시청 직원과 프로젝트 리뷰 중 똑 부러지게 일하는 모습 때문에 시청으로부터 함께 일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만약 선배가 OK 의사를 전달했다면, 손쉽게 잡오퍼가 들어갔을 것인데, 선배는 뜻밖의 제안은 고려할 만했으나 다운타운에 거주하면서 30km 이상 떨어진 Surrey 시청까지 출퇴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채용은 이 선배의 경우처럼 어떠한 경우*로든 일어난다.
*위 선배와 한 번은 그의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복귀하는 길에 회사 사장과 우리가 마주친 적이 있다. 이후 사장이 내가 누군지를 묻곤, 대뜸 내가 혹시 구직 중이라면 인터뷰를 봐주겠다고 했었다. 당시 나는 일하는 중이라, 그분을 다시 본 적은 없다.
건축 회사 - 디벨로퍼 (건축)
전 회사에서 두 동료가 디벨로퍼로 이직을 했다. 한 분은 인턴 건축가, 다른 한 분은 건축 분야 내공 만렙을 찍은 Senior Technologist였는데 대형 디벨로퍼의 건축 담당 매니저로 스카우트된 것. 전 회사에서도 젊은 나이에 남들보다 임원을 일찍 다셨었는데, 가끔 이 분을 나의 롤모델로 생각하기도 한다.
전 회사에서 다른 두 동료(Senior Technologists)도 다른 디벨로퍼로 함께 이직을 했다. 그들이 이직한 회사가 건축 도면 리뷰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것인데, 인력을 더 보강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하루는 이중 한 동료가 나에게 추천할 만한 지인을 있는지 수소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회사의 연봉을 들은 터라 마음이 흔들렸던 찰나, 내가 지원할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아래 이유로 나는 지원자격이 불가했다.
전 회사의 사장 둘이 더 이상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빼가지 말라고 했다는 것. (두 동료는 전 회사의 에이스들이었다.)
건축 회사 - 디벨로퍼 (인테리어 디자인 부서)
역시 학교 선배의 경우로 건축 회사 테크놀로지스트로 7년 정도 일 하다, 유명 디벨로퍼로 이직한 자신의 전 동료의 권유(테크놀로지스트)로 우연하게 기회를 잡았다. 또한 이 분은 내 전 회사 동료들과 달리 디벨로퍼의 건축 부서가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부서로 이직을 했다.
그가 밝힌 건축회사와 건축주 회사(Client)의 차이점은 '일을 부리는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점과 비슷한 이유로 매주 Time Sheet을 작성하지 않아도 되어 매우 편하다는 점. 하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초과 근무 수당이 없다는 것은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Time Sheet System은 '일을 하는 회사'에서 하는 것으로, 건축회사는 매주 자신들이 근무한 시간만큼을 건축주에게 청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 중 어떤 프로젝트의 어떤 업무를 했는지 간략하게 요약을 해둔다. (참고로 건축 법규 자문 회사는 Client와의 전화나 이메일 응답 시 분 단위로 적는다고 한다. 건축 회사는 이 정도로 세밀하진 않다.)
하지만 디벨로퍼는 Time Sheet를 청구할 당사자가 바로 건축주 자신이라는 점. 이것이 노동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이 젊은 직원들로 채워진 그 회사는 그들의 커리어 성장을 위해 나서서 초과근무 수당 없이도 열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건축 법규 컨설턴트 - 건축 회사
모국에서 건축 학위와 1년 경력이 있는 친한 학교 친구는 졸업 후 Building Code 자문 회사에 취업하였다. 5년 정도 근무를 하고 본업(?)인 건축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다시 건축 법규 컨설팅 회사로 재이직을 고려하는 중이다. 건축 디자인 업무가 적성에 많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 이직은 위와는 전혀 다른, 생각지도 못한 산업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건축 회사 - 이발사
전 회사 10년 차 테크놀로지스트는 팬데믹 기간에 업종을 이발사로 변경했다.
정육점 직원 - 기계 테크놀로지스트
역시 팬데믹 때 직업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 Mechanical (기계)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테크놀로지스트의 전직은 정육점 직원, Butcher였다.
바텐더 - 건축 테크놀로지스트
내 앞자리에 앉은 전 회사의 동료도 이색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동갑이었는데, 오랫동안 바텐더를 하다 팬데믹 기간 재교육 후 건축 회사의 테크놀로지스트로 온 것이다. TMI로 왕년에 패션모델 제의가 들어온 적도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키가 190이 넘는 친구였다.)
또한 직접적인 이직 이야기는 아니지만, 재취업 목적으로 BCIT 건축학과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에는 해군 장교, 소방관, 지붕을 고치는 Roofer, Carpenter 등등 그들의 직업들은 다양했었다. 현재는 대부분 건축회사나 시공사, 디벨로퍼 회사에서 재직 중이다.
캐나다에서의 재취업, 재교육 등을 포함한 이직의 자유도는 매우 높다. 혹시나 건축 디자인 업무가 맞지 않는다면, 다양하게 개인의 진로 개척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