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알 수 없는 제주의 날씨처럼 예상을 벗어난 그녀의 말과 행동이 도무지 알 수 없어 아찔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분명 같은 날인데도 늦여름처럼 더웠다가 어느 순간 한가을이 되었다가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가 맑은 날씨가 되어버리는 그런 제주 날씨처럼 짐작하기 어려운 그녀의 마음.
이를 테면 이런 식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네 잎 클로버를 아주 잘 찾는다며 네 잎 클로버를 먼저 찾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고 했다. 자신만만해하던 것과 달리 한 시간 내내 찾지를 못했고 결국 내가 먼저 발견하고 말았다. 행운이 따르고 있는 걸까? 내 소원이 너라고 말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그녀는 또 자신이 클로버 꽃으로 반지를 아주 잘 만든다며 내 손을 이리로 내어 보라 했다. 능숙한 솜씨로 이리저리 클로버 꽃을 매만지더니만 이내 내 검지 손가락에 꽃반지를 끼워주었다.
"꽃 향기가 아주 좋아요, 이렇게 꽃반지를 하고선 꽃 향기를 맡아보세요."
그녀의 말대로 꽃향기가 달달하고 상콤하다. 코 끝에 달콤한 향기가 닿는 순간, 꽃반지가 영영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순간이 영영 멈춰버렸으면 했다.
제주는 동백이 한창이라 지천에 동백꽃이 가득했다. 제주는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제주를 무슨 무슨 수학여행으로 몇 번이나 와 보았는데도 이런 아름다움은 처음이었다. 길을 걷다 그녀가 아주 아주 곱고 예쁜 동백꽃 하나를 주우며 얼굴에 갔다 댄다.
“이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정신이 혼미해지며 숨이 멎으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 내가 말했다.
“당연히 꽃이 더 예쁘지!”
이내 덧붙이기를,
“그래, 너가 더 예쁘다, 됐지?”
장난스런 말투로 못 이기는 척 진심을 말해주었다. 장난 섞인 진심 속엔 그녀가 내 마음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과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반반 섞여있다. 근데 그거 알고 있니? 나 방금 너 때문에 혼절할 뻔 했었다는거. 내 마음을 두고 장난을 치고 있다면 이쯤에서 그만둬야 해. 안 그럼 나는 소송을 걸고 말 테니까.
“하루 정도 더 있다 갈래요?”
룸메이트 언니가 과일 찹쌀떡 만들기 클래스를 간다고 하는데 같이 가는 건 어떤지 묻는다. 못 이기는 척
“한 번 비행기표를 미룰 수 있는지 확인해 볼게.”
라고 도도하게 말했다. 실은 새로 티켓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를 더 있을 작정이었다. 너가 원한다면 제주도로 이사 올 생각도 있는걸. 다행스럽게도 비행기표를 미룰 수 있었다. 미루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우정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말과 행동이 아슬아슬 선을 넘나들고 있었고 사랑이라고 하기엔 넘어야 할 벽이 높아 보였다. 애써 고이고이 간직하려던 우정을 깨어버리는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단다. 일 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나의 외사랑에 종말을 고하려던 순간이었는데 너 나한테 자꾸 왜 이러니?
마음은 접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 하나 둘 더해져서는 그녀의 알 수 없는 마음을 기어코 알아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에 이르렀다.
고백을 결심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