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커피 문화의 전통을 맛보고 싶다면 고민할 것 없이 여기로 가자. 스마트 커피(Smart Coffee)로!
1932년에 문을 연 카페가 교토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여기는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90년이 넘게 교토에 존재하며 그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는데서 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스마트 커피에 가는 날은 교토 근교 도시인 우지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마침 스마트 커피 오픈 시간이 오전 8시부터여서 교토역으로 가는 길에 들러 커피와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카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들었던 첫인상은 세련미였다. 기나긴 역사만을 생각했을 때, 뭔가 낡고 오래된 느낌, 앤틱 한 인테리어가 연상됐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시대의 그런 깔끔하고 트렌디한 느낌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세련됐다. 짙은 갈색 원목이 즐비한 데다 좌석을 감싸고 있는 가죽도 짙은 고동색이어서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그게 구식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멋지게 차려입은 노신사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니다. 다시 표현해 보자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절제 있는 인테리어가 마치 모던보이 같았다.
커피와 프렌치토스트, 에그 샌드위치를 시켰다. 맞다, 혼자 갔는데 욕심을 부린 게. 여행을 와서 선택이 주저될 때 마법 같은 말이 하나 떠오르곤 하는데 스마트 커피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마법의 주문 같은 문장은 바로 ‘여길 언제 또 와보겠어.’였다. 스마트 커피는 오랜 전통의 커피도 커피지만 디저트가 맛있기로 유명 났다. 일단 시켜서 먹어보고 너무 양이 많으면 포장하면 될 일이었던 것이다.
커피와 함께 주문했던 모든 메뉴가 다 나왔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건 에그 샌드위치였다. 식빵 사이에 도톰하고 먹음직스러운 계란말이가 모락모락 김을 풍기며 유혹해대고 있었다. 새로울 게 없는 조합, 식빵과 노오란 계란말이였는데 그게 그토록 매혹적일 줄이야,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에그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스. 고. 이 !!!!!’ 나도 모르게 방언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게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싶었다. 계란말이에 MSG를 잔뜩 넣었나? 정신없이 에그 샌드위치를 해치우느라 하마터면 내 손가락까지 깨물어 먹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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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잃으려던 찰나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 프렌치토스트의 맛도 못 봤는데 이렇게 무너질 순 없었다. 두툼한 자태를 뽐내며 먹음직스럽게 구워 나온 프렌치토스트는 흡사 두부 한 모를 반으로 갈라 계란물을 입힌 뒤 기름에 부쳐온 듯한 모양새였다. 함께 나온 달달한 시럽을 기호에 따라 부어 먹으면 되는 거였다. 나는 상남자답게 시럽을 단번에 부어 버렸고 이내 토스트는 시럽으로 샤워를 마치자 멀끔한 얼굴을 드러냈다. 익숙한 듯 날렵한 솜씨로 포크로 토스트를 오도 가도 못하게 붙잡아둔 다음 서슬 퍼런 나이프를 들어 한 입 크기로 매끄럽게 잘라냈다. 이번엔 다시 포크가 나설 차례, 적당한 크기로 분리된 토스트를 어디에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낚아챈 다음 치밀한 계산 끝에 적당히 벌린 입술 사이로 정조준했다. 다음의 일은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입 안으로 명중했고 혀를 통해 전해진건 시럽의 달콤함에 버터의 깊은 풍미가 더해져 마침내 황홀함에 이르렀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었다. 100년을 바라보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의 맛은 묵직하고 중후하면서도 적당한 산미가 느껴지다가 기분 좋은 단맛으로 마무리했다. 적당한 밸런스를 지닌 커피는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는 맛이었다.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담긴 커피였다.
스마트 커피에서는 어찌 보면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커피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에그 샌드위치,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프렌치토스트가 있었다. 맛보지 못한 다른 메뉴도 화려함과 특별함과는 거리가 먼 기본에 충실한 것들이었다. 스마트 커피는 잠깐 반짝하고 마는 그런 것은 멀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메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것이다. 기본이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잘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스마트 커피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한 세기 가까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스마트 커피, 교토의 커피 문화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면 된다.
스마트 커피(Smart Coffee)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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