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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Dec 18. 2023

교토의 보물 상자 - 위켄더스 커피


  교토에서 단 하나의 카페만 가야 한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교토의 보물, 위켄더스 커피에 꼭 가보자. 


  일본 내 커피 소비량 1위 도시답게 교토엔 각양각색의 카페가 즐비하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교토여행은 커피여행이었다 해도 다름없었다. 5박 6일의 일정동안 10 군데가 넘는 카페를 다녀왔으니 말이다. 식사는 발 길이 닿는 대로 허기만 채우는 정도로 끝냈지만 커피는 그럴 수 없었다. 매거진 B 교토 편과 함께 교토의 카페를 소개해놓은 '교토 커피'라는 두꺼운 책을 들고 갔을 정도였다. 10 군데가 넘는 카페 중 유일하게 2번 방문한 카페가 있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위켄더스 커피'였다. 


  위켄더스 커피는 여러모로 불편한 곳일 수 있다. 특히나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할 것이다. 우선 위치부터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주차장 한쪽 구석에 숨어 있는데 안내 표지판도 없는 데다 그 흔한 간판조차 없어 처음 방문한다면 단번에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는 의자와 테이블이 없다. 그렇다고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은 아니다. 카페 주변 난간에 걸터앉거나 서서 커피를 마셔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흔한 디저트 하나 없는 오로지 커피만 판다. 오로지 커피만. 

  이런 불편한 카페를 왜 두 번이나 갔을까? 사실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편이 아니라 새로움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나 찾기 쉬운 대로변이 아닌 주차장 한 켠의 오래된 가옥에 카페가 있다는 건 찾기 어려워 불편한 게 아니라 보물을 찾아 나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의자와 테이블을 두지 않은 건 카페 주인이 의도한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갖고 교토의 하늘을 오롯이 올려다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주차장이라는 장소 특성상 가려진 건물이 없었고 그래서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얀 솜사탕 같은 구름이 수 놓인 파아란 하늘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신다는 건 마음이 말랑대는 일이었다. 

  오로지 커피 밖에 없다는 건 그만큼 커피에 진심이라는 말과 같았다. 일본 커피는 생두를 강하게 볶아내 진한 풍미를 내는 게 특징인데 그런 점이 오히려 원두 본연의 맛을 해치기도 한다. 위켄더스 커피는 이런 흐름을 거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원두를 볶아 산지의 고유한 특성을 살린 커피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카페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커피 맛을 찾아 선보이고 있었다. 커피 잔마저 카페의 이름이나 로고 없이 민무늬로 통일했는데 이 또한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시켜 보았다. 카페 앞, 한쪽 구석에 걸터앉아 파릇한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커피를 감상했다. 시트러스한 과일향이 입 안에 감돌다가 적당한 산미가 느껴지는 듯했고 가벼운 단맛이 여운처럼 남았다. 교토의 9월은 한여름 같았는데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맑고 서늘하게 해주는 커피였다.

  누구에게는 불편일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 경험이 소중해서 유일하게 다시 찾게 된 카페가 바로 위켄더스 커피였다. 

  '위켄더스'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주말 방문객이지만 보물 상자라는 속뜻도 있다고 한다.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보물 같은 커피와 시간을 선물하는 위켄더스 커피, 교토에서 단 한 곳의 카페를 가야 한다면 주저 말고 여기에 가보자.           


위켄더스 커피(WEEKENDERS COFFEE) 위치

https://maps.app.goo.gl/evXC4WuryZFxqvB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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