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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Dec 30. 2022

희망을 품었다가 절망을 안았다가

    스스로를 고문하는 일이었다.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기약이 없음에 희망을 거는 일은 실망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결국엔 절망을 만나게 될 터였다. 그럼에도 희망을 품어야 했다. 그래야 살아갈 힘이 생겼다.


  코로나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긴 또 다른 두려움이 있었다. 코로나의 종식 이후에도 제2의 혹은 제3의 코로나가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진 데서 오는 불안감. 복직이 보이지 않는 순간조차 복직 그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계를 이어갈 다른 수단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스마트스토어였다.


  한창 스마트스토어가 유행이었다. 너도나도 스마트스토어를 시작했고 나도 그 분위기에 편승했다. 실력있는 사람의 유료 강의를 결제하여 하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스토어는 상품의 이름이 검색 키워드로 잡혀 소비자의 클릭을 유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했다. 검색 키워드를 분석하여 검색량이 많으나 상품 등록 수가 적은 상품을 찾는 것이 첫걸음이었다. 운이 좋게도 첫 번째로 정한 상품이 곧잘 판매가 되었다. 이런 상품이 3~5개 정도만 있어도 어지간한 직장인의 연봉은 쉽게 벌 수 있을 거 같았다. 희망이 생겼다.


  그 무렵이었다. 학부시절부터 좋아하던 책방의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때문에 기존에 있던 공간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단 연락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의 아름다운 책방과 이별을 하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직접 잘 가라는 손짓을 건네기로 하고 책방을 정리하는 일에 손을 보탰다. 책방 대표님은 앞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책을 판매하고 각종 행사를 기획하여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셨다. 좋아하는 책방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다니 영광이었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던 스마트스토어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었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더 좋았다.


  처음하는 일이 처음부터 잘 될리는 없었다. 대표님이 행사를 기획하고 구성하면 나는 웹포스터를 만들고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 쉽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책방의 일원이 되었다는게 참 좋았다. 비영리서점으로 운영되어 모든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여서 더 의미가 깊었다. 의미를 더하는 데서 희망을 품었다.

 

  거기까지였다. 어느 날 손님이 왔다. 대표님이 손님에게 나를 소개하며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도 책방에서 일을 쉬고 있던 사람에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도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며 나도 그렇게 일하게 된 것처럼 이야기를 한 것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일을 쉬고 있는 건 사실이었으나 휴직수당에 더해 스마트스토어 수익을 합하면 도움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으므로.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셔서 돕고 있는 건 내 쪽이었는데 말이다. 뭔가 잘못 들었으려니 하고 넘겼다. 그 후로 얼마가 지났다. 또 다른 손님이 왔는데 그 손님에게도 내 소개를 하며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했다. 실망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의 대표님이, 늘 의미있는 일을 하셔서 존경하던 대표님이 나를 그저 자신이 동정하여 돕는 사람이라 말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것은 그저 시작이었다. 책방은 원래 있던 곳을 정리하고나서 사립도서관으로 운영되던 곳의 한쪽 공간을 부분 임대하여 사용 중이었다. 갑자기 그곳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공간을 옮기겠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일을 그만두라고 통보했다. 일주일의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대하여 쓰던 공간의 대표님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책방 대표님이 내가 갑자기 복직하게 되어 이 공간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의 아픔을 자신의 수단으로 삼다니 가슴이 너무나도 아려왔다. 실망은 그렇게 절망으로 변해갔다.

  

  다시 보이지 않는 희망을 찾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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