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처음 만난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
작년 늦여름,
너무나 민감한 아래층 덕분에 층간 소음 문제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우리 가족은
큰 결심을 하고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했다.
평생 아파트 6층 ~ 18층 사이를 살았던 나에게 아파트 1층으로 이사 가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아래층에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인터폰을 울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그리 잘 뛰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시시때때로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면,
누구 하나 마음 편하게 집에 초대하지 못하던 상황을 바꿀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다.
자정이 다된 시간에 시끄럽다고 올라온 아래층 늦총각이
우리 집 거실 안까지 걸어 들어오고서는 너무 조용해서 뻘쭘해하며 나가는 것을 보는 순간, 바로 결심했다.
이런 XXX들은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미 첫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상태였고,
와이프는 이 동네를 무척 좋아했다.
나 역시 안정적이고 아이들 키우기 좋은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리는 주변의 아파트 1층 매물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예전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한 가지 조건이 집을 선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따뜻한 햇빛이 잘 들어오는 정원을 가진 집
어지간해서는 아파트 1층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것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내 마음대로 정원을 꾸밀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침,
아파트 단지 가장 앞 동에 전방에 고층 빌딩이 전혀 없는 집을 찾게 되었다.
노부부가 분양받아서 들어와서 십수 년간 잘 관리한 집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예산을 훨씬(?) 초과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그렇게 널찍한 정원을 가진 아파트 1층의 보금자리로 옮겼다.
이사를 온 시점에는 정원이 거의 관리가 안되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했다.
제법 큰 감나무는 가을에 맛있는 단감을 원 없이 먹게 해 주었고,
바닥에 심어놓은 국화꽃과 남천 단풍은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었다.
전 주인이 놓고 간 테이블과 의자는 나의 훌륭한 업무 장소를 제공해주었다.
하루에 적어도 2~3 시간은 커피 한잔과 재즈 음악과 함께 이 곳에서 보냈다.
정원 한편에는 작은 텃밭을 가꾸었다.
흔히 키우는 상추, 깻잎, 치커리, 부추, 쪽파 등을 길러서 하루가 멀다 하고 뜯어먹었다.
내 손으로 직접 키운 싱싱한 야채를 바로 뜯어서 먹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렇게 몇 개월 지나나 겨울이 왔고,
날씨가 추워지니 한동안 밖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녀석들은 모두 베란다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새 다시 봄이 찾아왔다.
우리 집에서 맞는 첫 봄이다.
정원을 제대로 한번 꾸며보고 싶다.
4월 5일 식목일을 앞두고 고민한 끝에 정원을 내손으로 싹 갈아엎기로 결정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