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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생은 방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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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지은 Dec 03. 2023

가방 대신 연방, 취미는 각방

가방 사주는 것 보다 방탈출 하는 게 좋아요

가방 대신 연방

“그래서 결혼기념일 선물은 명품 백 하나 받니?”

“음.. 그것보다는…”

결혼기념일에는 평소보다 조금 비싸고 맛있는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그리고 기념일에 하면 좋다는 방탈출 테마를 찾아갔다. 재미있게 했지만 두 명이서는 역부족이었는지 실패를 했다. 결혼기념일 선물, 솔직히 가방보다는 연방이 더 좋다.

*연방: 방탈출을 연속으로 2회 이상 하는 것.

나는 30대 중반이다. 나와 같이 방탈출을 하는 언니는 얼마 전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방탈출은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속상한 말이다. 더 나이 들어서도 방탈출을 하고 싶은데! 방탈출을 하는 친구들은 같이 방탈출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하지만 30대 여성들의 주요 관심사는 방탈출이 아닌 것 같다. 30대들의 여러 관심사 중에는 명품도 있다. 이제는 생일일 때, 결혼기념일일 때, 아기를 낳았을 때 명품백을 사거나 선물 받았다는 이야기가 왕왕 들린다. 하지만 나는 명품에 관심이 없다. 소득 수준 때문보다는 명품에 가치를 두고 있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지금보다 돈을 2~3배 더 벌어도 비싼 가방을 살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비싼 가방을 사는 것보다 그 돈으로 남편이 100번 정도 방탈출을 시켜주면 좋겠다. 생각해 보면 취향은 다 제각기이고 삶의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남들을 따라 그 무엇을 하는 것보다. 내가 중요한 것에 가치 투자를 하는 게 좋다. 반면 그게 가장 어렵다. 어느 정도로 남의 시선에 맞추어 나를 맞춰야 할까? 이제는 이상해 보이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게 또 뭐 어떤가 싶다. 남들 신경을 그렇게 많이 쓰고 살아야 하나? 삶은 계속 변하니 나중에는 관심을 갖게 될지 모르겠다. 현재는 나의 가치에서는 가방보다는 연방이다.

남편과는 방탈출을 몇 번은 했다. 우리 둘이 한 방탈출은 대부분 실패했다. 아직 둘 다 실력이 좋지 못해서 둘이서만 게임을 하면 실패율이 높다. 그래서 나는 잘하는 친구들과 3명이서 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탈출은 그리고 삼인팟이 정석인 것 같다. 너무 많으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사람수가 적으면 문제 풀기가 어렵다. 내 남편은 별로 방탈출을 좋아하지도 않고, 둘이서 하면 실패율만 높아지니 뭐 굳이 같이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그는 방탈출을 보상 체계로 잘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시부모님께 잘해드리고 왔거나, 힘든 집안일을 해냈을 때 보상체계를 발동시킨다. 즉 대견스러울 때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오늘 방탈출 하러 갈까?”

마치 반려견에게 산책 가자고 하는 것 같은 말투다. 산책 가자고 하면 강아지들은 좋아서 꼬리를 흔든다. 나도 보상인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다. 사실 급작스럽게 방탈출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워킹*으로 가는 테마는 인기가 별로 없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이 바뀔까 봐 바로 말한다.

“응응 바로 찾아볼게!”

*워킹: 방탈출을 사전에 예약하지 않고 갑자기 걸어서 가는 것. 방탈출 테마가 예약이 치열하지 않은 경우 워킹이 가능하다.

보통은 남편과 방탈출을 가지 않기 때문에, 친구와 많이 간다. 주말을 친구와 방탈출을 하며 보냈다고 하면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부부는 함께 취미생활을 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남들은 주말 부부라도 한다는데, 우리는 주간 부부인가? 부부는 많은 것을 같이 한다고 하지만, 취미생활은 다르게 할 수도 있다. 함께 방은 쓰지만 취미만큼은 각방인 셈이다.

남편은 축구를 좋아하지만,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방탈출을 사랑하지만, 남편은 즐기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함께 독서모임을 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 즐겁다. 함께 읽은 책이 꽤 많다. 모든 면에서 함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은 있다. 대신 내가 방탈출을 하고 오면 남편이 물어본다.

“이번에 활약 좀 했나?”

“아니, 이번에도 옆에서 자물쇠만 돌렸지.”

가방대신 방탈출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독특해 보이나 보다. 인생은 짧은데 남들과 무리하게 맞춰 가려고 할 필요 없다. 방탈출 문제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만 취향은 정답이 없다. 가방 대신 연방이 좋다. 그리고 더 나이 들어도 방탈출은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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