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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Dec 21. 2024

“응애” 탄생하자마자 기사가 나오는 그 친구들.

많은 사람들이 널 기다리고 있었단다. 기사로 알려지는 존재, 카페 신메뉴

 


뤼튼 생성 이미지


태어나자마자 기사가 나오는 존재들

 

 태어나자마자 그 존재를 반기듯,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기사를 내는 존재가 있다. 반면 내 존재는 나 자신에게는 사랑스럽고 기꺼울지언정 내 이름으로 단독 기사가 나온 적은 없다. 단독 기사는 큰 상을 받거나 반대로 커다란 사고를 쳐야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이 친구의 존재는 모두가 기다린다. 마치 탄생한 아이를 축하하기 위해 기자들이 산부인과 앞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것만 같다. 스타들의 공항 패션을 기다리듯이, 레드카펫을 밟고 등장할 배우를 기다리듯이 사람들은 그들의 탄생을 기다린다. 그들을 품은 우리는 정말 배 아파 낳은 새끼처럼 이 친구들이 나오기를 준비한다. 세상에 응애하고 탄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가 나오는 내 새끼들. 심지어 어떤 친구들은 탄생하기도 전에 기사가 난다. 이런 내 새끼의 정체는 카페 신메뉴다.  


 
“오사원 님 지난번에 이름 지으신 신메뉴 말이죠, 프로모션 내용이랑 같이 기사 초안 좀 작성해 줄래요?”

 

앞서 말했듯 신메뉴는 출시하자마자 그 탄생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낸다. 팀장님이 내게 시킨 지시였다. 기사를 작성하고, 내보내는 것은 언론홍보(media Public Relations) 줄여서 피알(PR)이라고 한다. 팀장님은 피알을 가르쳐 주기 위해 미션을 주셨다. 기존에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되었는지 읽어 보고, 신메뉴 3종과 이번에 하는 행사를 알리는 기사를 쓰라고 했다. 읽기만 하던 기사를 쓰려니 또 떨렸다.  

 

기사에서 알려야 하는 것은 신메뉴 소개와 함께 매장에서 하고 있는 프로모션이다. 이번 겨울 신메뉴 음료를 구매했을 때, 디저트가 20% 할인되는 프로모션이다. 많은 고객이 매장으로 와서 음료와 디저트를 함께 구매하며, 매출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프로모션이다. 치킨이나 피자는 1개만 사도 10,000원이 훌쩍 넘지만, 카페에서 음료 한 잔만 팔아서는 객단가 만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하지만 음료에 케이크 같은 달달이를 하나 추가하면 만원이 넘어간다. 이번 프로모션으로 제품을 구매 시 만원 초반대에 케이크+음료를 즐길 수 있다. 불황기에 딱 좋은 프로모션이다. 듣기만 해도 당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당이 올라가는 소리를, 매출 올라가는 소리로 바꾸고 싶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적절할까. 어떻게 그들을 당땡기게 만들고 돈을 좀 당길까. 나는 타사의 기사를 읽으며 우선 감을 잡기로 했다.



   

단신, 키가 작다는 말인가요?

 

신메뉴와 프로모션을 홍보하는 기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었다. 하나는 단신기사, 하나는 기획 기사였다. 단신 기사 키가 작다는 말인가? 음 나도 단신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뜻은 아니고, 짧다는 것은 맞다. 단신 기사는 짧고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였다. 기사를 함께 첨부하며 알아보자. 최근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개선되었다는 기사가 있다. 이 경우 분석하는 자료보다는 사실 위주로 기사가 짧게 구성되어 있다. 단신은 한 브랜드의 소개 외에도 타 브랜드 소개를 함께 엮어서 하나의 기사가 나가기도 한다.  

 

 

[유통 단신]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취소 기능 도입... 대기시간 개선 外 _데일리 팝 2024.12.18

 

 

또한 ‘기획기사’가 있었다. 기획 기사는 특정 주제를 잡고 이를 토대로 심도 깊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단신기사보다 내용이 길고 연구, 조사, 분석이 들어가 있다. 사실 ‘기획’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뭔가 짧은 느낌이 드는 ‘단신’이라는 말보다 전문적이여 보이지 않는가? 뭔가 좀 더 고민한 기사다. 최근 카페 기획기사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딸기가 제철’ 딸기가 비싸서, 많은 브랜드들이 딸기 농가와 계약하여 직접수급을 한다는 내용의 기획 기사였다. 여기에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출시한 신메뉴라는 신메뉴 소개 내용이 함께 있었다.  

 

출처: 나이스경제 기사


이런 단신 기사와 기획 기사를 참고해서 두 가지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음 글쓰기를 하려니 머리에 쥐가 난다. 일단 커피 한 잔 하고, 우리 프로모션 세트를 다시 보며 곰곰이 고민해 보기로 했다.  



요노족도 즐길 수 있는 연말의 달콤함


 

[단신]

OO 브랜드 겨울 신메뉴 구매 시 디저트 2천 원 할인 


[기획]

이제는 겨울에 ‘차’보다 ‘크림 라떼’를 마신다. 

(크림에 대한 검색어 언급량이 증가했다는 내용도 추가) 

경기가 어려울수록 저렴한 디저트가 뜬다. 



주제를 잡고, 기사의 제목, 그리고 신메뉴에 대한 설명 그리고 할인 행사에 대한 내용을 담아 기사를 작성했다. 상사분께 보여드리니 이 정도면 초안치고 아주 괜찮다고 칭찬해 주셨다. 하지만, 기획기사 내에 메뉴의 특징을 좀 더 넣어 작성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짧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단신과 달리 기획은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요소를 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 요즘 사람들의 특징 같은 걸 넣어보면 어때요? 저렴한 디저트가 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쓰는 거죠.”

 

흠 뭐가 있을까. 크림.. 크림은 살이 안 찐다. 크림은 맛있다. 크림이라는 캐릭터 브랜드와 콜라보하겠다. 등등.. 흠. 도저히 생각이 안 난다. 크림VS차 둘 중 하나만 먹어야 된다면 밸런스 게임? 하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이럴 때 유명한 연예인이 공항 갈 때 우리 음료 한 잔 딱 마셔주면 좋을 텐데! 그리고 그게 트위터에 올라오면 좋을 텐데. 겨울철엔 살이 좀 쪄도 괜찮잖아요. 대방어만 통통하다고 사랑받을 이유가 있나, 겨울에는 대방어만 드시지 마시고 저희 음료로 칼로리 좀 충전하세요!! 고민을 하다가 평소 보던 트렌드 한 내용을 모아둔 뉴스레터를 클릭했다. 거기에 이런 키워드가 보였다 요노족

 

요노족은 과시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유행했던 욜로족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그러면 그걸 포인트로 20% 저렴한 우리 디저트를 홍보할 수 있겠다. 그래 돈을 아끼고 싶지만 달콤한 디저트는 즐기고 싶은 친구들에게 내 새끼는 구원투수 같은 존재다. 그러고 보니 마치 이 메뉴를 고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 같았다. 소개팅 남에게 내 친구를 만나보라고 설득하는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많은 사람이 보는 글을 쓴다니 왠지 설레었다. 나는 키보드를 힘껏 타닥타닥 두드리며 알코올 없이도 글을 쓰는 자신에게 취해갔다. 

 

요노족을 위한 연말 디저트 세트, 만원의 행복


이런 식으로 기사를 작성해 봤더니, 팀장님은 만족해하셨다. 요노족이 타깃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나니 글이 더 명확해진 기분이 들었다. 레드카펫에서도 화려한 드레스가 주목받듯이, 태어난 내 새끼에게 좀 더 돋보이는 옷을 입혀준 느낌이랄까. 기사의 초안을 보내고 다음날 기사가 나오는 걸 보니 더욱 뿌듯했다. 엄마에게 내가 쓴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물론 기자의 이름으로 기사가 나가지만, 내가 한 기획과 키워드가 담겨있었다. 이로서 우리 겨울메뉴는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태어났고 주목받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마케팅팀에서 해야 할 더더더 많은 일들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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