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긴 이름을 고객이 읽을 수 있겠어요?
우리집 강아지 이름을 지을 때도 이렇게 고민 해 본적이 없는데… 나는 지금 우리 회사의 겨울 신메뉴 음료 네이밍이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이름짓기라는 미션은 매우 막막했다. 막막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찾아보는게 최고다.
네이버 뉴스탭에서 기간을 설정해서 메뉴를 검색했다. 보통 겨울메뉴는 11월~1월에 출시가 된다. 네이버 뉴스탭에서 검색 시 기간옵션이 있었다. 작년 11월 ~1월에 나온 기사들만 검색할 수 있었다. 기간을 설정해두고 브랜드 이름을 치니 그 당시 출시 된 신메뉴 이름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래도 나오지 않는 메뉴들은 홈페이지나 각 커피 브랜드사 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블로그를 뒤지기도 했다.
여러가지 제품들의 네이밍을 보니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모든 제품에 '원재료'가 들어가 있었다. 우선 뭐가 들어간지, 무슨 맛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캐모마일', 요거프레소는 '달고나' 이렇게 들어간 재료를 네이밍에 넣었다. 메뉴명에는 꼭 원재료를 넣어야 먹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사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반대로 특정 원재료를 먹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은 피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메뉴명들을 만드는 데에는 공통적인 점이 있었다.
오 사원은 네이밍의 특징들을 한 번 정리해봤다. 원재료를 강조하기도 하고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이런 네이밍의 법칙이 있었다. 오 사원은 좀 더 느낌을 담아서 네이밍을 해보자고 다짐하고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천천히 두드려봤다.
내가 네이밍한 이름들을 찬찬히 읽어보시던 팀장님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사원님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빠르게 3번이요.”
“부들 고소 토피넛 라떼. 부들 고소 토..퉤…토... “
팀장님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 부들고소 토피넛라떼를 3번 읽다보니 내 혀가 부들거렸다. 혀로 덤블링 하는 느낌이 힘들었다. 팀장님은 내게 고객을 괴롭혀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건 랩도 아니고 읽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메뉴는 무엇보다 읽기 편해야 했다. 게다가 정신없이 바쁜 매장에서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이름이여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이건 너무 길어요.. 포스랑 키오스크에서 메뉴 등록할 때도 메뉴명이 다 짤리겠다..."
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네이밍을 할 때는 키오스크에서 어떻게 보일지, 고객이 어떻게 부를지, 메뉴판에는 이름이 다 들어갈지를 생각해야 했다. 보기에 그냥 멋진 이름이 아니라 현장과 고객의 입장을 생각해야 했다.
팀장님은 이번 겨울시즌 음료의 특징은 뭐냐고 하셨다. 알앤디에서도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셨다. 알앤디에서 나눠준 제품설명에 '이불을 덮은 듯 부드러운 치즈폼' 이라고 써있던게 생각이났다.
홍보물 컨셉과 네이밍을 맞추는것도 좋겠다며 컨셉과 이름을 함께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물론 좀 더 읽기 쉽게 말이다. 그리고 팀원들이랑 함께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나는 대리님과 팀원들을 불러모아 회의실에 앉았다. 현재 메뉴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다들 네이밍 아이디어를 달라고 이야기했다.
홍보물 타이틀 : Cozy Winter Latte
제품이름 :
고소 토피넛 라떼
포근 치즈폼 라떼
상큼 캐모마일 푸루츠티
홍보물 컨셉과 이름을 따스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맞추니 촬영 컨셉을 잡기도 좀 더 수월해졌다. 이불을 덮은듯한 컷, 구름위에 올린듯한 이미지로 사진 촬영을 하기로 했다. 이름을 짓고 나니 이미지를 어떻게 할지도 더 쉽게 연상할 수 있었다. 이름을 지으라고 하신 알앤디 매니저님은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겨울에 나올 신메뉴이지만 8월에 벌써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메뉴 제작 과정은 6개월, 빠르게 진행한다면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내가 이름을 생각한 메뉴가 매장에 나온다면 뿌듯해서 1인 1잔할것 같았다. 이름을 짓고나니 더 애정이 생겼다. 취해 있는 내게 팀장님은 일침을 하셨다.
"신메뉴 매출도, 역량도 구름처럼 높이 오르길 바랍니다."
(그래... 매출이 우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