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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 Dec 16. 2018

홍대앞 아티스트 플랫 Artist's Flat

한달 정도 요렇게 준비를 하고, https://brunch.co.kr/@yihan/11


지금은 독일에서 사진을 찍는 신재 오빠의 도움으로 사진 촬영 후 airbnb 등록까지 무사히 마쳤다. 첫 게스트를 맞이하던 떨림,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게스트들에게 한국의 음식과 술을 소개하며 이야기 나누던 긴긴밤들, 개인적으론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다.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한국 빈티지 가구들이 로컬 아티스트들의 그림들과 함께 놓였다. 최근엔 자개농을 근사하게 활용한 카페나 펍이 많이 생겼지만, 2년 전엔, 아니 아마 지금도 이런 오랜 가구들이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일부 가구들은 처분할 수밖에 없었지만, 긴 세월 할머니가 가까이 두시던 가구들, 특히 충분히 아름답고 재사용할 수 있는 가구들은 절대 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 마음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airbnb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식물을 곳곳에 두고, 아이팟 도크와 기타로 늘 음악이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타이밍이 맞을 경우엔 미리 게스트가 좋아할 만한 음악과 조명을 세팅해뒀다. 낯선 도시에 도착해 타인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은 게스트들은 메시지로, 후기로 그 감동을 남겼고, 호스트로서 뿌듯한 기억이었다. 게스트들은 호텔에선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데코, 국적을 떠나 연결된 음악 취향 등을 무척 좋아했다. 유명 관광지나 쇼핑으로만 여행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숙소 같은 작은 공간 안에서도 누군가 듣는 음악, 벽에 걸린 그림이나 책 등 곳곳의 취향을 따라 그 도시를 경험할 수 있다. 나 역시 식물이 우거진 테라스, 커다랗게 걸린 로컬 아티스트의 그림, 욕실에 놓인 아로마 등으로 방콕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기도 하니까. 



초반에는 게스트들과 밥술을 곁들여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다. 한국의 회, 산낙지의 첫 경험을 함께 하고, 족발에 소주, 막걸리 등 망원동 일대 로컬만 아는 맛집들을 부지런히 다녔다. 여러 배경을 가진 친구들(그중 가장 러블리했던 게이 커플까지!)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길 나누면서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후기들을 보니 호스트를 만났을 때 한국, 서울에 대한 인상이 더 특별하게 남는 것 같아 잠깐이라도 직접 만나 인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얼굴을 보고, 근처 맛집을 추천해주고, 여러 디테일에 신경 쓴 덕분에 airbnb 리뷰뿐 아니라 게스트들의 정성 어린 방문기로 방명록 한 권을 꽉 채울 수 있었고 오랜 기간 수퍼호스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간 임대 계약 2년이 얼마전 끝났다. 사이드잡이었던 airbnb 호스팅의 쏠쏠한(!) 수익 덕분에 다른 나라들, 여러 숙박 공간들도 더 많이 다녀왔다. 하와이에서 만난 호스트가 내게 베풀어준 호의를 이번엔 내가 서울에서 다른 여행자들에게 베풀 수 있기도 했고. 때로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간 게스트들 때문에 맘이 상하기도 했지만 일상에 코를 박고 있다보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재미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상, 공연, 파티 등 아주 짧은 시간에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과는 달리 하나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누군가를 잘 맞이하고, 그들에게 좋은 순간들을 제공하는 호스피탈리티 업이 은근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또 새로운 공간을 꼬물꼬물 준비해볼 예정이다. 일단 홍대앞 에어비앤비는 막을 내린다. 정들었던 성산동,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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