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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 Aug 28. 2018

달콤한 도시에서 맛봐야 할 이상한 과일들

베트남 다낭에서 만난 과일장수


아침에 일어나면 과일부터 찾는 나는 동남아시아에 가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길거리 곳곳에서 달콤한 과일향이 내 정신을 쏘옥 빼놓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열대 과일들이 또 어찌나 저렴한지 매일 과일을 원 없이 먹는다. 아침에 파파야와 드래곤 프룻을 먹고, 길에서 망고가 보이면 걸음을 멈추고, 상비한 망고스틴도 틈틈이 까먹는다. 해변에 드러누워선 코코넛 하나는 옆구리에 끼워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부지런히 과일을 먹어보니 나라마다 그 맛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리는 갈 때마다 망고도 멜론도 단 맛이 없어서 내가 잘 못 골랐나, 아님 우기여서 과일에 단 맛이 없나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발리의 과일은 정말 별로 맛이 없다. 발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현지에 사는 언니가 과일 품종 개량에 돈을 많이 쓰는 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그렇지 못해서 일거라고 이유를 추측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를 제외하곤 채소에 가까운 맛이다. 


내 맘대로 꼽아본, 꼭 맛보면 좋을 열대 도시의 이상한 과일들!


발리 과일 가게


    1. 드래곤 프룻   

열매의 모습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 같다해서 ‘용과’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고 보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잠깐 당황하지만 칼을 대면 수욱 들어간다. 셔벗처럼 사각거리는 과육이 숟가락으로 바로 퍼먹어도 될 만큼 보드랍다. 반을 가르고 보면 복불복으로 흰색 또는 붉은색 과육이 나오는데, 겉모습으로 구분이 되는지 궁금하다. 시각적으로 강렬해선지 붉은색이 훨씬 당도가 높은 것 같다. 


   2. 살락   

뾰족하고 검붉은 비늘로 둘러싸인 이 낯선 과일은 발리 리조트의 웰컴 키트에서 처음 만났다. 나무껍질 같기도 하고 뱀의 비늘 같기도 한 껍질은 생각보다 얇아서 버터나이프로도 쉽게 갈렸다. 브라질너트처럼 생긴 길쭉하게 쪽 진 과육이 마치 밤처럼 딱딱한데 겁 없이 깨물어보니 씹을수록 단 맛이 있다. 정말 견과류처럼 수분 없이 서걱거리고 달콤한 묘한 과일이다.   


구글링한 살락(snake fruit) 이미지

  3. 코코넛

발리 해변 어디에서도 빨대 꽂힌 코코넛을 마실 수 있다. 더워 목이 마를 때 어린 코코넛 안에 찰랑거리는 그 천연의 과즙은 갈증 해소에 딱이다. 특히 배탈이 났을 때도 현지 사람들은 코코넛 워터를 많이 마시라고 추천해줬는데 정말 몸이 깨끗하게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갔을 때 강한 햇빛에 피부가 완전히 뒤집혔는데 현지의 천사 같은 언니가 잘 익은 코코넛을 짜 코코넛 밀크를 만들어줬고, 거기 목욕을 했더니 피부가 맨들맨들 보드라워졌다. 말린 코코넛 과육을 짜낸 코코넛 오일로 보습까지, 발리에선 정말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이 코코넛의 덕을 톡톡히 봤다.  


방콕 수상 시장의 과일 가게


입에 넣을 때 달큼한 과즙이 폭발하는 달콤한 도시는 단연코 방콕이다. 

어디서 뭘 사 먹어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4. 망고   

한국에서 먹는 비싸고 시큼한 망고와 달리 이곳 망고는 정말, 너무 맛있다. 과육이 부드러워서 몇 번의 손동작에 쉽게 슬라이스되는데 이 망고 한 박스는 금세 사라져서 또 잔돈을 찾게 된다. 코코넛 밀크에 쫀득하게 졸여진 스티키 라이스와 함께 먹는 망고도 너무 훌륭하다. 끈적이는 밥에 부드러운 망고, 그 오묘한 식감의 조화가 계속 생각난다.  


망고 자르는 법!


   5. 망고스틴   

‘열대 과일의 여왕’이라는 별명의 망고스틴은 정말 새콤 달달해서 계속 손이 간다. 껍질이 단단해서 손이 엉망이 되지만 그 안에 마늘처럼 다소곳이 들어앉은 하얀 과육을 꺼내는 게 더없이 보람되다. 두리안이 몸에 열을 내는 것과 달리 망고스틴은 몸을 차게 한다고 한다. 더운 날 계속 까먹기에 더할 나위 없다. 


택시 안에서도, 숙소에서도 열심히 먹은 망고스틴, 드래곤 프룻

  6. 두리안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을 베트남 다낭에서 처음 접했다. 호불호가 무척 갈리는 꼬름한 냄새 앞에서 도전 의식에 고취되어 맛을 보기로 했다. 웬일.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깊은 달콤함, 나른하고 크리미 한 질감, 정말 왕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실내 반입 금지 품목 인지도 모른 채 호텔 냉장고에 재워두고 그 달달함을 실컷 즐겼다. 맥주까지 들이키고 나서야 두리안은 몸에 열을 내서 술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괜히 쫄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강렬했던 첫 두리안 이후, 태국을 다니며 잘라서 파는 두리안을 원 없이 먹었다. 


  7. 파파야

수분 가득한 다홍빛 과육이 길게 썰어진 파파야는 동남아시아 호텔 조식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설탕에 절인 가짜 달콤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단 맛이 입에 가득 차오른다. 콜럼버스가 ‘천사의 열매’라고 불렀다는 파파야는 그래선지 하와이 수퍼마켓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요거트와 즐겨 먹었다. 그래도 방콕에서 먹었던 파파야가 가장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열대 기후 속 시원한 수분을 달콤하게 섭취하는 황홀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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