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리더 사용자를 위한 UX라이팅에 대하여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충족해야 할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모바일 접근성‘이다.
얼마 전, UI 인터랙션 관련 피드백을 살펴보던 중 “장차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란 문장에서 멈칫했다. ‘장차법?’ 낯선 이 줄임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뜻하는 말이었다. 처음엔 이 피드백을 그저 기능적인 문제로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러다 UI/UX 공통 파트 작업에 참여하며 함께 배포된 모바일 접근성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UX라이팅과도 접점이 있었다. 내 머릿속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특히 Alt Text, 대체 텍스트에 대해 알아갈수록 의미 있는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렸다.
스크린리더 사용자에게는 이미지와 같은
비텍스트 콘텐츠의 의미와 기능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대체 텍스트는 이들이 화면을
‘듣고’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모바일 앱 접근성 관련 자료에서 발췌>
한때 나는 제법 진지한 자세로 여러 차례 수어를 배운 적이 있다. 전 세계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은 수어는 배울수록 더 매력적인 언어로 다가왔다. 손동작만으로 표현되는 줄 알았던 수어는, 사실 얼굴 표정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언어였다.
듣지 못해도 볼 수 있기에, 손은 말이 되고, 표정은 뉘앙스가 되었다. UX라이팅에 비유하자면 수어의 손은 라이팅이고 표정은 UX랄까.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 작성에 대한 관심이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볍지만 묵직한 작은 실천 하나를 시작했다.
바로 ‘위’, ‘아래’, ‘여기’, ‘다음’과 같은 지시어 없이 글을 쓰는 일이다. 대체 텍스트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하는 실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정확하고 명확하게 쓰기 위한 셀프 훈련 차원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이 지시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 매거진 편집 일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원고에는 자주 “왼쪽 이미지를 보면…”, “오른쪽 사진은…” 같은 문장이 있었지만, 실제 편집 단계에선 그 이미지가 왼쪽에 있을지, 오른쪽에 배치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왼쪽’, ‘오른쪽’과 같은 표현을 쓰지 않도록 원고를 수정한다.
다시 대체 텍스트 이야기로 돌아가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위’, ‘아래’, ‘여기’, ‘다음’ 같은 단어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말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거다.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하면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이내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을 찾아내게 된다.
언젠가 대체 텍스트를 쓸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스크린리더 사용자처럼 불편을 겪는 누군가를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UX라이팅을 생각해 본다. 그래서 다음번 UX라이팅 가이드를 작성할 땐, 모바일 접근성 관점에서의 라이팅 원칙도 꼭 한 줄 넣으려 한다.
모두를 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마음으로-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아무튼 무심결에 쓴 단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불편’이 되진 않을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