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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Jun 18. 2024

소나기

매캐한 저녁. 29.6도의 테이블. 그래봐야 이 몸이 더욱 뜨겁고,,, 쓸데없이 뜨겁고,,, 이 몸이란 무겁고 조잡해서 29.6도가 될 수 없다. 나는 철썩 마음을 무너뜨리려 머리를 휘갈기고 가슴을 끊어 전의를 상실케 한다. 내려간다,,, 내려간다,,, 시원해지는 방법이란 이토록 단순한데,,,,,, 천장으로 흘러든 모래알이 동물의 발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사라지고 머지않아 오래된 빗물이 샤워기 입밖으로 후두둑 떨어지며 얼룩진 바닥을 놀래킨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까불대는 세상. 그들에게 주의를 뺏기는 동안 그들의 다른 형제들은 뒷방에 모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살금살금 자루에 옮겨 담는다. 덕분에 나는 10년 내린 커피도 싫고 20년 피운 담배도 싫고 새소리도 이제는 듣기 싫어요. 지독한 놈들. 지독한 형제들. 나 좀 봐요 나를 가져요 나를 부러워해요 나를 두려워해요 온 세상이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재잘 나는 잘 지내 너는 어때 너의 잘이 뭐야 네가 잘을 알아 네가 잘을 안대 너와 나는 잘이 없어 조금만 지나면 어떤 잘도 넝마가 돼 가난이 돼 잘 지내는 것도 몹쓸 짓이야 누구 하나 잘살아서는 안 되겠지 한 방울도 안되지 잘은 살인자와 중독자들이 제 몸에서 긁어낸 검붉은 똥가루들 그러니까 숨을 쉰다는 건 말야,,, 너도 곧 그렇게 되겠지 태어난 이상 언제나 그래왔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래도 기어이 또다시 다시 한번 다시 한번 같은 소리를 마음을 무슨 대단한 의지라 아름다움이라 희망처럼 부르짖겠지 끈을 놓지 않겠지 속는 줄도 모르고 속이는 줄도 모르고 눈 딱 감고 실실 대며 내일은 더욱 뜨거운 가슴이 되려 들겠지 태양이 되겠지 지독한 고동들 끈질긴 한 많은 유전열차들


가난.

대체 얼마나 더 가난해야 되나. 가난도 기준이 없어요. 얼마나 배를 움켜쥐고 참고 줄이고 없애고 고통마저 내다버린 괴물처럼 감사해야 만족할까. 침묵과 고독에 투신한다는 그들은 겸손하게도 자신들의 십자가가 예수보다 작다고 말한다. 그것이 어떻게 이 시대의 것과 같아요. 당신이 입을 다문 뒤로도 끊임없이 탄생을 거듭한 이 거대한 있음의 해일로부터 어떻게 몸를 가눌 수 있겠어. 자유로울 수 있겠어. 몰두할 수 있겠어. 미치지 않고저 또한 번거롭게 봉쇄를 선택해야지. 나뉘어야지. 눈을 파내야지. 몸을 버려야지. 나를 몰라야지. 안다면 더욱 뒤로 물러나야지.

쌀밥 한덩이와 물 한컵. 그들이 덧입은 모든 것은 낡고 해졌으니 정신만이 저 먼 별처럼 작게 빛난다. 침묵과 단절 속에 이따금 울리는 종소리. 오로지 적은 노동과 깊은 기도. 부모가 죽었대도 다녀오지 못하는 세계. 정신만이 홀로 또박또박 걸어다니는 세계. 그 어떤 빛도 어둠도 없겠네. 한 알 두려움조차 없겠어. 저들의 서원이 끝내 어디로 가닿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통과하는 것을 느껴. 기도, 마음, 생각과 우주를 엮어 가늠해 본다. 천문학자가 우주를 관측하면 우주도 그만큼을 느끼겠지. 나타내겠지. 수식하기도 따분하겠지. 부디 무슨 작용이라도 더욱 선명히 가까이 드러내주길 빈다. 별을 키우든 가스를 만들든 지구를 까맣게 태우든 이 목소리가, 울음이, 할 수 있어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거기에 있다면 그것이 의식과 창조의 바다라면 좋겠구나. 나도 가끔 기도는 한다. 그러나 자비도 감사도 일절 않는다. 모두의 앞날에 더욱 거대한 고통을 내려달라 머리를 으깨달라 간청한다. 그러길 욕망한다. 그러면서도 끝내 미움을 품지 않게 해달라고 말해버리면 눈물이 나고 헛구역 나서 이조차 잘 않는다. 눈물이 나면 코가 막히고 기름 쉰내 나는 두루마리 휴지를 끊어 코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눈이 멀게 해 주세요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해 주세요

오늘 밤엔 나의 정신을 거둬가세요

이 불필요한 고동을 멈춰주세요


아무 생각 없이 새벽을 찢는 오토바이,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이나 조종 당해 새벽 세시까지 따뜻한 음식을 처먹어야 살겠는 사람들, 그것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든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세상 모든 사업가라는 모지리들에게 뒷일은 없지 빈틈은 비워둬야 돌지 어딜 자꾸 대가리를 쑤셔 넣어 남들은 몰라서 안한다고 생각하나 보지 등신같은 놈들), 양심 버리고 말린 오물을 직조해서 후드처럼 뒤집어쓴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 어쩌면 인간이라 분류된 존재들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진화의 실패작들을 지금 당장 서로의 손톱과 어금니로 찢어발겨달라 기도한다. 더욱 뜨거워져라 더욱 거세게 휘몰아쳐 저들의 피를 생선 가시처럼 말라붙게 하고 살갗은 퉁퉁 불어 강물 가득 떠다니도록 하자 너의 모든 물고기와 새들이 골고루 나눠 먹게 하자―이것은 실질적으로 내 마음에 쌓인 인간상을 거덜내는 것과 같다. 그 결과 나의 수명이 대신 줄고 불구가 되고 불치가 되고 그 와중에 때때로 살아남겠다는 몸부림, 생명의 지독한 본성들이 드러날 때마다 스스로를 이가 부서지도록 증오하는 것이다.


생명은 결코 아름답지가 않구나

한 방울이란 정말 무시무시하구나

아름다움은 생명을 갖추려는 순간뿐

순간 다음은 죽음보다 못한 어지러운 실체들뿐

실체들은 순간을 셈하기 시작하고

집을 잊은 생명은 모든 땅에 제 집을 지으려 하고

마치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닌 양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것마냥

알아보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고

뺏으려 하고 뻇기지 않으려 하고

가지려 하고 가지지 않으려 하고

대체 무슨 마음을 먹었길래 앞서 무슨 짓을 했길래

왜 기적을 형벌로 뒤덮는지

누가 고통을 마취하려 기적을 노래했는지

화평을 만들어 더욱 큰 분열을

우리는 정녕 놀고 있구나 가엾이 놀아나고 있구나

죽음이란 형상을 만들었음에도 무엇도 끊이질 않는구나

진실에도 속지 않는 똑똑한 소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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