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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회재 Jun 17. 2024

외마디

비틀비틀 얼마쯤 흘리고 남은 개꿈을 쥐고 앉았다. 뭐하나 싶다.

꿈에서는 말예요. 아니 시방 버스 타다 말고 그 깊은 밤에 노란 거리에 내려서 다짜고짜 어떤 놈이 지랑 같이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데 내가 아는 안경잽이 그놈이야. 뭐가 그리도 늦었는지 그놈이랑 같이 공항이 맞는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좌우지간 헐레벌떡 뛰고 있고 나는 중간에 뭣을 잃어버렸는지 정신을 못 차려. 정신 못 차리는 와중에 사람들이 곁에 다가와 앉아 나한테 물어. 내가 달리면서 스치듯 쓸데없이 대화에 껴든 건지 그들이 쓸데없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썩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순간만큼은 노란 거리가 황금 해변이 되는 거야. 모두가 빛나고 여유롭다고.

실은 이보다 훨씬 전에는, 버스에서는, 그때, 애들은, 깨어 보니 이름도 틀려 먹은 그 애들은 진작에 버스에서 다 내려서, 어쩌면 함께 내려서 뿔뿔이―나는 무슨 조지아를 간다나 조지아 항공이라나. 공항에 갔더니 무슨 출발 편 항목들이 크레파스로다가 사방치기처럼 그어 쪼개져 좁은 통로벽에 장난처럼 붙어 있고 나는 그 길을 가다 멈추고 돌아서서 계속 휴대폰을 찾는단 말예요. 빌어먹을 그게 꼭 있어야 한대요. 제주돈지 조지안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가려면 그게 꼭 있어야 한대. 미친 거 아니야. 난처해하다가 급기야 화를 내기 시작하니까 저도 짜증 났는지 차원을 휙 바꾸더라. 괘씸한 게 달라진 차원에도 고통은 여전히 쩍 달라붙어 있어. 어디에 대고 그렇게 소리를 꽥꽥 질러댔는지 눈이 시뻘겋게 한번 벗겨지니까 나는 어떤 키 작은놈의 장난 바늘에 걸려버린 처지인 거예요. 찢긴 입가에서 양볼로 내내 뭔가가 흐르다가 용암처럼 굳었는지 꺽꺽 숨 쉴 때마다 그 마른 층이 쩍쩍 갈라지는데 피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내가 아직도 걸려있는 줄 모르는 건 아니게ㅛ지 아닐 거야 빼주게ㅛ지 왜 안 와 왜 안뺴줘

끔찍한 게 뮤ㅓㄴ 줄 아세요. 이 모든 게 싷제러 앓았던 감각들이라는 거예요. 시작이 언제였는지도 모를. 내 몸은 그 긴 세월듕안 아무것도 떨쳐내지 못했던 거예요 잔인하게 차곡차곡 수만번 정신이 교체되어도 끊이지를 않아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길래 생명력 기억력 그딴 것들은 너무나 끈질기단 말이에요 끈질기게 생명은 생명을 괴롭혀요 죽음을 떠받들게 해요 인간은 인간의 가느다란 정신은 끊어져야 할 악습이에요 녹아 없어져야 할 절대반지예요 나는 가난하고 불행한 건 얼마든지 견ㄷㄹ 수 있어요 왜냐하면 아직도 굶어 안 죽었으니까. 오히려 견디지 못하고 비참하게 나서게 될까 봐 떠돌게 될까 봐 두려운 거예요 나는 앞으로라면 단 한순간도 삶에 속해 추하게 살고 싶지 않거든요 고독에 투신할 거예요 죽어서도 다시 붙지 못할 만큼 영원히 완전히 분리될 거란 말이지요. 그런데 이깟 귀마개조차도 죽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거 있죠 세상이 요란하다고 나를 틀어막았는데 도움은커녕 이런 얕은 수로는 곱게 죽어지지도 않는 거야. 이럴 거면 왜 만든 거야 이 병신들이 해논 것 중에서 정작 삶에 필요한 게 소용 있는 게 있기냐 하냐고 오래전 뭔가 창조되었으니까 따지고 들어 반하는 걸, 마치 더 나은 모습인 걸 계속 만들어내는 거잖아 문제 없는 문제를 시간이 남아도니까 남의 시간은 재촉해 대며 오직 돈을 벌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속아라 속아라 견뎌라 견뎌라 죽지는 않는 아슬아슬 가장 효율적인 상태로 가늘고 질기게 살아줘라 살아줘라 흙 대신 공기 대신 돈에 파묻혀 죽기라도 할 셈인가 정신을, 낯짝을 돈에 박아 스스로 돈이 될 생각인가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지만 돈이 숨을 갈취하는 모양은 참 기가 막히다고 생각해 저따위 휴지가, 숫자가 블랙홀과 같고 칼보다 날카롭다니까. 공기를, 혼을 멈춰세우고 난도질 해대는 게 안 보이나 보지.


언젠가 옮은 병이겠거니. 작년처럼 몇주째 잠을 전혀 못 이루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열을 좀 줄여보는 게 어떨까요. 열낸다고 모두 같이 열내지 좀 말자는 거예요. 인위적으로 열을 내리는 것들은 뒷방에서 더 큰 열을 만듭니다. 낮에도 밤에도 빌어먹을 고정 모터 이동 모터 소리 좀 그만 내란 말입니다. 참을성 없이. 그런 것에 생각 없이 의지나 하고. 뺏기기나 하고. 물질도 그 이전에 정신도 좀 가난하게 살란 말이지요. 가난하면 시원해집니다. 욕심 많고 겁이 많고 생각이 짧고 유연하질 못해서 뜨겁고… 그러한 묵묵한 열정이 열량이 이제는 문제가 됩니다. 유연하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데 짧고 익숙한 방편으로 일관하고 몰두하고 딴청을 피우고 그 딴청으로 겪지 않기 위한 수단이나 만드니 지옥이 너무 깊습니다. 이러니 아무리 찬란한 아침이라 한들 나는 원할 리가 없지요 삶에 집착할 리가 없지요. 사철의 거대한 고통을 누가 압니까. 좀 더 넓게 생각해 보면 고통은 보다 외계에서 기인했다는 게 뻔하지 않습니까. 내 속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고 있었던 마치 완성된 바깥의 배변으로부터 이루어져있지 않느냔 말입니다. 참 예쁘게 그럴싸하게 눈치채지 못하게 잘도 꾸며댄 세상이고 생명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애초에 그 누구도 삶을 원하고 욕망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모든 생명이자 죄이자 타락이자 스스로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조차 연민해야 되지 않냐는 말이에요. 이런 불쾌한 진실은 죽어도 믿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이만하면 믿음을, 신앙을, 생명을, 우연을 적대해야 되지 않느냔 말이에요. 적어도 지금은 모든 확률과 수학을 멀리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이에요. 그러거나 말거나 현관문 좀 살살 닫아라 씨발 새끼들아 고함치는 걸 보면 생명은 본래 고요하지만 싹수는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거지요. 그럴 만했으니까 이모양이구나 하는 거지요. 다만 누가 건드렸냐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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