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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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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덕 Jan 13. 2021

노가다 때문에 퇴사를 결심할 때

엘레강스한 일은 없다.

원래 이렇게 노가다가 많아?


'이젠 일 좀 하고 싶다! 심심해'

를 외칠 정도로 충분히 쉬다가


'이번엔 3년은 다녀야지!'

굳은 결심을 하고 들어간 회사다운 회사


"일은 좀 어때?"라는 내 질문에

입사 삼일 만에 '퇴사할까 봐...' 라며 말 끝을 흐린다.


이유는

'노가다가 많아서'


근사한 일을 꿈꾸며 들어갔지만,

당장 주어진 일은 눈알 두 개, 손가락 열 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일.


"일은 어때? 어렵지 않아?"라는 질문에


"일은 예전에 하던 거랑 그대로인데

그냥 업무량만 늘었어. 한 50배 정도...

어차피 그만두려면 일찍 그만두는 게 서로 좋을 것 같아서"


꽤나 진지한 태도로

직장생활 5년 차인 내게 반문한다.


"원래 이렇게 노가다가 많은 거야?"



모든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중요하듯
첫자리에서 하는 '첫인사'는
고르고 고른 강렬한 메시지가 압축되어 있다.


인턴과 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대표님의 환영인사는 놀랍게도 노가다로 시작했다.


모든 혁신은 노가다에서 나온다

80% 노가다와 20% 기획이랄까

발을 땅에 두지 않고 날 수 없다


여기서 발은 현장/실무업무

비상은 서비스 성장을 뜻한다.


요약하면,

엘레강스한 일은 없다




대표님이 수차례 강조하던 그 말이

꿈과 희망으로 부푼 인턴들을 김 빠지게 하는 잔인한 말이지만,


'입사하고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흔들리면 어떡하지'

를 걱정하는 실무자에게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참 고마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즐거운 회사생활에 몸부림치는 나 역시

노가다라는 노가다는 정말 많이 했고

슬프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IT업계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수동 업무와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으면 주말, 휴일도 자동 반납이라

어느 순간 이벤트가 필수인 연휴가 더 이상 반갑지만은 않다.


'이걸 인간이 한다고?'
'이걸 내가 해야 하는 건가?'
'이걸 하려고 여기 들어온 건가?'
'애초에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 건가?'
'내가 그래도 이 정도나 공부한 사람인데'
'앞으로 이것만 해서 나한테 발전이 있을까?'


암울한 생각이 내 미래를 덮쳐버릴 것 같은 불안감도

당장 눈앞에 쌓인 일들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사그라들었다.  


서비스는 J커브 곡선을 그리며

하루가 다르게 승승장구했고,

매출은 빵빵 터지고

이를 축하하는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5년 차 직장인의 노가다는?


내가 하던 노가다는 다른 사람에게 일부 인수인계하고 (아-싸!)

또다시 새로운 노가다를 한가득 안고 있다. (이런)


아마 영원히 노가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가다 한 건 아니다.


업무적으로는,

어디 가서 글로벌 서비스 런칭 경험 명함 정도 내밀 수 있게 되었고

(현실은 시장 조사하며 병 얻고 온 해외출장이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채용 홍보 인터뷰를 진행했고

선배와의 만남 (Q&A)에서 부서 대표로

인턴생활 조언/ 선배들의 회사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시 인턴과 대표와의 첫 만남으로 돌아와서...


굵직한 미국 정책연구소에서의 인턴 경험은 어땠냐는 대표님의 질문에


"거긴 95% 노가다와 5% 정도의 기획이 주어진 곳"

이라는 대답처럼


거기나 여기나 노가다는 성취감을 얻기 위한 떼려야 뗼 수 없는 필수과정임을 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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