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랜드에서의 4개월(3/4)
캐나다 생활에 어느덧 적응이 될 때쯤 드디어 Jay가 등록한 Niagara College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의 시작을 알리는 오리엔테이션 날짜가 다가왔다.
오리엔테이션 참석을 위해 학교에 혼자 남겨진 Jay는 불안한 눈빛으로 열심히 사회자의 설명을 알아들으려 노력했으나 전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행사는 간단한 학교 소개와 영어시험으로 이어졌는데 필기시험과 외국인과의 영어 대화를 통한 개개인별 수준 평가 후 레벨이 정해졌다.
Niagara College의 ESL은 5단계로 구성되며 "Level 1"의 기초부터 "Level 5"의 상급 단계를 거쳐 마지막 단계 수료 후 Niagara College의 정규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학교에서 요구하는 영어능력(TOEFL, IELTs 등)을 증명하면 ESL 과정 없이 바로 원하는 정규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비록 Jay는 "Level 2"라는 낮은 등급을 받았으나 열심히 수업에 참가하면 영어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젖어 있었는데, 이러한 기대는 나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이내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Level 1"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Jay가 원했던 모습은 금방이라도 영어에 대한 공포 없이 외국인과 자연스레 대화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하루하루 지날수록 늘지 않는 영어에 답답함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실제 대화에선 한마디도 알아듣기 힘들었다.
Jay가 이렇게 조급했던 이유는 요리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Level 5"과정을 수료해야 했는데, 그 당시 "Level 2"를 듣고 있었으니 각 4개월짜리 레벨을 수료하려면 1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의 Jay에게는 한정된 시간과 돈이 큰 문제였는데 마냥 16개월을 어학연수에 투자한 후 요리 과정에 2년을 마치기까지, 총 4년이라는 시간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16개월 어학연수와 2년의 요리 과정 학비에만 대충 $50,000, 게다가 4년의 생활비를 생각하면 끔찍했었다.
캐나다 입국 2주 만에 꿈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마주친 현실이었다.
Jay와 Anna는 상의 끝에 학교에서 요구하는 영어시험 IELTs를 공부해서 ESL 과정을 뛰어넘기로 결정했었다.
그렇게 IELTs 공부는 어렵사리 학교 서점에서 주문한 Cambridge 출판사의 책을 한 권 구입하여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Jay는 Writing에 소질이 있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Jay가 느끼기에 영어수업의 수준이 낮았기에,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IELTs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International Office의 담당자에게 상의를 한 적이 있는데 절대 점수가 나올 수 없다고 콧방귀를 뀌었던 기억이 있다.
Jay는 상처를 받았지만 학교 수업과는 별도로 IELTs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국에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IELTs 점수를 쟁취했다.
이 모든 결과에는 한국인 특유의 주입식 교육과 벼락치기 공부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당시에 Anna 또한 학교에 입학할 생각을 갖고 IELTs 시험을 준비했는데 Jay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늦깎이 영어 초보인 Jay도 해냈으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IELTs 시험 노하우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학교생활은 잠시 접어두고 Jay와 Anna는 캐나다에서 차가 없는 생활에 불편을 느껴 한국에서의 운전면허증을 캐나다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하였고 이내 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였다.(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운전면허증 교환, 차량 구매또한 다음에 소개하기로 한다)
차가 생긴 Jay와 Anna는 덕분에 Welland 지역과 주변 도시를 돌아보며 많은 경험도 쌓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특히 Niagara Fall의 야경을 맘껏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어느 날 Jay와 Anna는 Welland 가까이 있는 Niagara-on-the-Lake라는 "아이스와인 "으로 유명한 도시에 가던 중, Niagara College의 또 다른 캠퍼스 간판을 확인했다.
문득 요리학과가 Niagara-on-the-Lake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나 운전대를 캠퍼스로 향했는데 그 순간이 캐나다 생활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었다.
요리학과가 있는 Niagara College의 Niagara-on-the-Lake 캠퍼스는 정말 외진 곳에 학교 건물 한동과 와인 과정을 위한 포도밭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학교인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골 농장스러웠다.
또한 학교 레스토랑과 연계하여 유급 인턴십이 가능하다고 들었으나, 눈에 들어온 학교의 모습은 요리학과 학생 전체가 인턴십 과정을 참여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캐나다에 오기 위해 학교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잘 포장된 학교의 좋은 면만 소개된 글과 광고를 믿고 선택하게 되었는데 실제 학교의 모습을 본 후 실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온 계획 자체가 흔들리게 된 순간으로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맞닥뜨린 위기이자 큰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지금은 오늘을 있게 해 준 그 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