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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som Apr 21. 2019

부당함의 연속, 직장생활

갑질의 천국을 14년째 경험하다

지금도 머리를 감다가 문득, 울화가 치민다. 그동안 당했던 직장생활의 억울함을 상기하자니 양팔에 후끈거리는 세포가 마구 돌아다닌다. 병원에서는 이것이 자율신경계의 이상이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많을 경우 이상이 생겨 신체의 높은 열 등이 감지되지 않지만 신경반응이라 그리 느낀다는 것이다. 몇년전부터 그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그게 벌써 3년전인가 4년전인가. 첫 출발은 팀장의 갑질에서 시작됐다.


본인이 사람을 잘못 부리다가 위기에 몰리자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나를 끌어들여 문제가 생길때 마다 내 탓을 했다. 13개의 번역본을, 서너개의 매거진을 혼자 다 하라고 하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강요하고 하다못해 밥먹는 시간까지 통제했다. 인간다운 삶이 아니었다. 미국의 70년대 흑인노예를 부리던 그때와 다른점이 하나도 없었다. 채찍으로 피가날때까지 맞지만 않았을 뿐 내 가슴에는 피멍이 곪아터져 썪고 있었다. 그때 나온 병이 바로 자율신경계의 이상이었다. 고소하고 싶었다. 방법을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근로자인 내가 그것도 약자인 내가 이길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당한 1~2년. 여전히 나는 그 사람과 같은 부서에 있다. 얼굴을 볼때마다 웃는 표정마저도 역겨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밥을 먹을 때도 한참 어린 후배와 먹으면서 나를 무시한채 그 아이와만 소통했다. 없는 사람 취급했다. 밖에 나가서 법인 카드를 쓸때는 그 후배만 데려가서 밥을 먹거나 외부 사람들과 먹었다. 최근 생긴 직장갑질 근절을 위한 리스트에 보면 단 한개도 빠짐없이 나한테 한 짓들이다. 늘 회사만 오면 그가 죽기를 바랬다. 너무 화가나서 자식이 죽어서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고 바랬다. 오늘 당장 집에가다 죽어 내장이 다 터졌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나에게 한 짓들은 그보다 더했기 때문에 그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는 살아있다. 화가난다. 나에게 그렇게 한 행동을 모두 잊은채 살아가고 있다.


최근 후배와 트러블이 있었다. 업무지시 때마다 서류를 던지거나 입으로 불만의 소리를 냈다.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당사자 앞에서 하는 행동은 참을수가 없었다. 한두번이 아니기에 몇달을 인내하다 결국 터져버렸다. 회의실에서 이야기하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두눈 똑바로 뜨고 자긴 잘못한게 없다고 대들듯 말하는데 기가 막혔다. 결국 나는 눈물이 나고 말았다. 억울했다. 그렇게 위에 당하고 이제는 다시 아래에 당하는 것이라니.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운가. 존경받길 원한 것도, 절대 복종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그게 어려운 일이었던지. 나는 왜 그동안 그렇게까지 소처럼 일하고도 당했는데 내가 하던일의 절반의 그 반의 반의 반도 안하는 일을 하면서 어찌 그런 투덜이 가능했던 것인가. 나와 똑같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하라고 말할 순 없지만 지금 너무 편한 그 아이를 보면서 화가났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왜 나에게만 그랬냐는 것이다. 나도 똑같이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버럭 화를 내고 나니 며칠째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내가 무척이나 나쁜 사람이 된것 같았다. 혼내는 일,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일. 나에게 맞지 않는 일 같았다. 그 사람과 엮이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어쩌다가 나는 그렇게 힘든 결정을 했는가.


회사는 그런 곳이다. 갑들이 모여사는 곳. 나는 또 누군가에게 갑질을 하는 수도 있다. 왜 우리는 대등하지 못한 관계가 되는가. 어찌해서 사회가 맺어준 어쩔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이런 불편한 기분을 느껴야 하는가. 갑자기 또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온다. 나는 아프다.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 정말 다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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