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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som Oct 15. 2019

우울하다는 것의 정의

아침의 기분과 점심의 기분, 그리고 4시의 기분과 자기전의 기분은 다르다. 출발과 끝이 같지 않다는 것. 내가 원했던 상태와 현재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어째서일까.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는 살아야 한다. 내 상태가 좋던 나쁘던 살아야만 한다.


우울의 이유를 살며시 들여다보니 우선 가장 좋은 핑계는 한달에 한번 오는 호르몬 때문이다. 두번째는 지속되는 야근과 강압적인 직장의 분위기 속에 못견디고 있는 내 상태. 세번째는 모든 것을 감내하고 살아가도 바뀌지 않는 내 경제상황이다. 나이 마흔에, 나는 무엇을 이루었나 살펴보았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아이는 당연히 없고, 14년을 회사를 다녔지만 나는 집이 없다. 우리 부모도 집이 없다. 물려받을 집이 없기 때문에 집은 내가 사야하는데 매년 2천만원씩 모아도 마흔다섯까지 다니면 겨우 1억. 요즘 집의 시세가 4억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나는 평생 집을 살 수 없는 결론이다. 2천만원씩 5년은 최상의 상태로 계산했을 때이니 내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1년에 1천만원만 모으게 된다면 평생 나는 전세도 살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이번생은 실패한 것일까?


하루에도 여러번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들어 더 그런다. 정말 망한 것일까? 희망은 없는 것일까?


나는 수영을 좋아하고, 미싱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전시회 보면서 감동도 느낀다. 골목을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과 정겨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걸 먹는다. 혼자 거니는 고궁에서 울컥해 감동을 받고, 일요일 오전에 청소 후 마음의 평화속 드라마 한편은 꿀 같다. 혼자 보는 영화보는 순간도 소중하고, 가끔 아는 사람들과 식사하며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즐긴다. 내 이야기에 댓구 잘해주는 카톡 친구도 있고, 누군가가 책을 냈노라며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준다. 나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었다는 스치는 인사에도 감사하다. 아직 건강하고, 그토록 원했던 라식으로 안경 없이도 좋은 시력으로 산다.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고, 도서관에 쌓여 있는 책을 보면 앞으로 볼 생각에 두근거린다. 부자가 된것 같다. 월급을 타면 부르조아처럼 화장품을 사는 재미도 즐거웠고, 길거리 음식을 혼자 먹으면서도 안도했다. 아 여유롭다. 행복하다. 이런것이 행복이었지...


나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나는 우울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하는가?

누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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