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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 Hyun Im Apr 30. 2016

김밥이 옷을 벗은 이유

백종원 3대 천왕으로 더 유명해진 누드김밥.

사업을 시작한 지

1개월 사촌 형 사무실에서 신세를 지다가

드디어 사무실을 구했다.



셀프 인테리어로 사무실을 꾸미기로 했다.

절약도 절약이지만 트렌드에 맞게 우리의 색깔을

내기 위함이다.


셀프 인테리어의 시작은 페인트칠이다.

바닥도 타일로 깔기로 했다.


페인트와 타일의 성지는

을지로라 하길래 곧장 을지로로 향했다.


분명 우리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타일을 사야 했고

타일을 사기 위해

을지로에 왔지만


눈을 떠보니 광장 시장이다.



낮부터 페인트통을 옮겨가며 발품을 팔아서 인지

우리는 사무실보다 위벽에 먼저 타일을 깔아야 했다.


광장시장까지 걸어서 지하철 한정거장 이상을 가야 했지만 우린 그 누구도 멀다고 말하지 않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 김밥 편을 우연히 본 우리들은

누드김밥에 참치를 올려주는 아주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청양고추간장을 올려먹는 그 맛이 참 궁금했다.


블로그 선배님들의 안내에는

서 2문으로 가면 있다고 했다.


 TV에 나왔다고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로

보이기 왠지 멋쩍어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서 2문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도저히 보이지 않아 시장 상인분께 마치 서 2문에 볼 일이 있는 것 마냥 물었다.

"저기 서 2문이 어디로 나가죠?"

"그냥 누드김밥집 어디냐고 물어봐!! 저쩍으로 쭉가다 오른쪽으로 쭉가"


앗 넵; 헤헿:)


드디어 익숙한 얼굴의 아주머니를 만났다.

TV에 나온 후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 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퇴근시간 전이라서 인지 적당히 붐볐다.


정말 손놀림이 빨랐다.

그보다 굉장히 친절하고 친근하셨다.

손님이 많으면 미리 김밥 수 십 줄을 말아 놓을 만도 한데 주문 즉시 김밥을 만드신다.


"김밥 3줄? 맛있게 말아줄게~"

접시 한쪽으로 똬리를 튼 참치김밥의 모습은

TV에서 보던 비주얼 이상의 자태였다.


잡채는 다 떨어져서

500원 싸게 해주셨다.

잡채는 애당초 관심 밖이었다.

누드김밥에 청양고추를 얹어 간장을 살짝 발라

입안에 넣었다.


따뜻한 참치김밥에 찡하게 매운 고추간장은 3줄은 거뜬히 먹어치울 마성을 지녔다.

김밥을 한 입 넣고 어묵 국물을 호로록 마시면

마치 치즈케이크와 아메리카노가 만난 것처럼

태초부터 서로를 위해 생겨난 음식인 것 만 같다.



누드김밥은 여자친구와 김밥집에 갔을 때

'나 돈 아끼려고 김밥집 온 거 아니야'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 한 번씩 시켰던 고급지고 예쁜 메뉴다.


광장시장 아주머니의 누드김밥은 여느 김밥집 누드김밥처럼 예쁘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이렇다.

처음에 김밥장사를 시작할 때 김밥을 못 싸 상인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한다.

아주머니가 김밥을 말 때마다 옆구리가 터지고 볼 품이 없었다.

보통 이 지경이면 김밥을 포기하고 다른 메뉴를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터져있는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도 옆구리가 터져서 뒤집어서 싸다 보니 누드김밥이 됐어~



아주머니는 스스로 김밥을 못 싼다고 말씀하시면서도 김밥을 싸고 계셨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 못 싸는 김밥을 먹으러 줄을 선다.


포장은 비추다.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도 비추다.


백종원 씨가 그랬던 것처럼

시장상인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즉석에서 꾹꾹 눌러 담아준 김밥에 청양고추를 하나 둘 얹어 가며

아주머니와 주고받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얹어가며

한입 가득 따듯함을 맛보는 그런 곳이다.




가장 시장느낌이 나는 주인 아줌마가 있는곳에서 떡볶이. 빈대떡. 고기완자. 마약김밥.


광장시장에 가면 떡볶이와 마약김밥, 빈대떡과 육회 정도는 먹어줘야 하기에

일정이 빠듯했다.

자매집육회 2인분


결국 타일은 인터넷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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