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들이 노는 방법
웨스티 코리아(강남에 있는 웨스트 코스트 스윙 커뮤니티)에서는 반가움과 축하를 춤으로도 표현한다. 매달 생일을 맞은 사람들은 생일 잼(Birthday Jam)이라는 이름으로 다 함께 춤을 추며 생일인 사람을 돋보일 수 있도록 춤춘다. 이는 다른 지역의 웨스티(웨스트 코스트 스윙을 추는 사람) 커뮤니티에서도 하는 행사다. 이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댄서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날은 웰컴 잼(Welcome Jam)이라는 이름으로 다 함께 춤을 추고, 같은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사람은 굿바이 잼(GoodBye Jam)이라는 이름으로 춤을 춘다.
대회에서 치러지는 잼 방식은 한 곡에서 여러 커플이 각자 30초씩만 추고 다음 커플로 넘어가는데, 생일 잼 등에서는 축하나 환영받을 대상은 계속 춤을 추고 파트너가 계속 바뀐다. 생일 잼은 한 사람과 춤추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한 곡에 여러 명과 추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제한 시간이 있다. 주인공이 팔로워인 경우, 리더들이 적당히 끼어들고, 반대로 주인공이 리더인 경우 알아서 패턴을 몇 개쯤 하다가 다음 사람과 춤을 춘다.
리더들이 춤을 리드하는 역할이기에 대부분은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끼어들게 된다. 하지만 팔로워도 원하면 중간에 끼어들 수 있다. 생일 잼은 스틸링과 비슷하지만 달라서 춤추는 사람들 모두가 다음 사람을 생각하며 춤을 추지만 스틸링도 할 수 있다.
*스틸링 :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 끼어드는 것. 두 명이 추고 있을 때 갑자기 끼어드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 미리 스틸링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거나 친한 사이에서만 한다.
스틸링의 한 가지 예시로,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을 리더 A와 팔로워 B라고 할 때, 팔로워 C가 끼어들려고 한다. 끼어들려는 C가 B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비슷한 동작을 따라 하고 있으면 이것만으로 스틸링의 기본 동작이 된다. 그러면 A가 리딩을 하며 손을 위로 들었을 때, B가 A를 지나가면서 B 뒤로 C가 지나가고, 팔로워들이 뒤를 돌면 자연스레 C가 B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패턴에 따라 스틸링 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춤에 끼어들 수 있다.
생일 잼, 웰컴 잼, 굿바이 잼은 모두가 참여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처음엔 앞에 나가는 게 부담된다. 처음에는 춤에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못 춘다고 욕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앞섰지만 겪어보니 그런 부분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함께 춤추기 위해 나온 사람들은 춤 실력 여부를 떠나 축하하고 환영하고 같이 놀고 싶어 줄을 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행사가 댄서들의 환영하는 방법이자 축하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서는 춤에서도 애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해외의 커뮤니티에서는 생일 잼은 해도 웰컴 잼이나 굿바이 잼은 흔하지 않았다. 새로 오거나 떠나는 사람이 흔해서인지, 굳이 다른 사람을 챙기지 않는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해외 소셜에 몇 번 가서 인사도 했지만 웰컴 잼을 하거나 한국만큼 반겨주는 곳은 드물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커뮤니티를 좋아하는 이유에 따뜻하게 맞아준다는 점이 항상 꼽히는 것은 이런 문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참고 영상 : 웨스티 코리아의 생일잼
이 글은 "여행에 춤 한 스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어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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