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여행] 헤이그 → 암스테르담, 2015년 8월 18일
A가 R을 친척에게 맡기지 못해 결국 다시 한번 만나지는 못했다. 아쉬웠지만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내년에 서울에 놀러 올 거라고 하니, 아쉬운 만큼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겠지. 오늘부터 며칠간 암스테르담에 머문다.
암스테르담은 굉장히 혼잡한 곳이다. 각양각색의 관광객들이 오래된 거리의 골목골목에 빠짐없이 가득 차있다. 그들 속에서 말 붙일 사람 하나 없이 홀로인 걸 실감한다. 같이 여행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괜히 복잡해 보여서 미뤄뒀던 카우치 서핑을 해볼까 싶기도 하고. 이러다가 100일 동안 홀로 외롭게 지내다가 돌아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평소에는 이런 생각 하나도 안 했었는데.
항상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외로움을 타게 된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 걸 편하고 익숙한 곳에서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지난 7일 동안, 친구와 평범하게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 어제가 가장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몇 년간 고생하며 애써 모아둔 목돈 까먹으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돈 나가는 게 걱정이다. 모르는 만큼 '바보세'를 지불해야 하는 게 인생의 법칙이니, 모르는 것 투성이인 땅에 발을 들인 이상 세금 폭탄을 얻어맞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 진짜 무슨 돈이 이렇게 많이 새어나가는 걸까. 장기 배낭여행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
어서 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스코틀랜드의 산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은 원래 혼자만을 위한 길이라고 하니.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동시에 혼자 있을 곳으로 가고 싶어 하니, 참 모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