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기 1시간 전 H PO님과 짧게 싱크를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스쿼드에서 어떤 업무를 분담할지 나누는 자리였는데, 듣다 보니 내가 맡은 업무가 H님이 상위에서 전략을 세우면 기획서를 구체화하는 영역이라 업무 범위가 좁혀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 아셨는지 H님은 혹시 어떤 부분이 걸리세요?라고 물었다. 또다시 올라오는 불안함(내가 쓸모없게 될까 불안)을 내려놓으려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나열하니 결국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제가 하는 일이 의미가 없는 것 같이 느껴져요"
"정말요? 저는 오히려 너무 어려운 과제를 드린 것 같아 걱정했어요"
"음.. 이미 정해진 것들을 퍼즐처럼 잘 맞추는 정도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주변 PO분들은 PoC로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기능들을 만들어 나가는 반면, 나는 당연히 있어야 할 기능들만 잘 작동되게 기획하는 경우가 많았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다 H님은 이전 회사에서 나와 비슷한 PO분이 계셨다며 지난날 얘기를 꺼내셨다.
"그 친구도 꽃비내린 님처럼 논리적이고 똑똑했었는데 공통적으로 실수하던 점이 뭔지 아세요?"
"조급함인가요..?"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강하게 말하는 거예요"
"논리적으로 옳은 걸 잘 알고 맞으니까 강하게 내 의견이 맞다고 하게 되는데, 상대방은 아무리 맞는 말이더라도 그런 상황에선 인정하기 싫어지거든요. 그런데 실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는 거라면 상대방과 말싸움을 이기려는 게 아니라면 조금 더 부드럽게 얘기하는 게 필요해요"
최근에 다른 PO분과 대화를 하면서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내 언어습관 때문이라니. 뾰족한 가시 같은 말씨가 부드러운 말씨가 되려면 하루하루 의식하며 더 많이 다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님의 진심 어린 피드백을 듣고 나서 한참을 머릿속에 H님이 내뱉던 단어들을 곱씹었다. 훗날 내 언어습관에 후회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부드럽게 대화하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