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을 끝으로 회사를 나왔다. 주변에도 권고사직으로 난리라는데, 그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싶어 '희망퇴직'을 검색해 봤다. 낯설다고 생각했던 그 이름은 사실 사기업에서 50대 이상이 되면 피할 수 없는 칼날이었다. 요즘엔 40대도 권고사직을 당한다더라. 내 나이 서른에 10년이면 권고사직 대상이지 않나. 생각의 꼬리를 무니 언제까지고 회사에 머무를 수 없는 신세라는 걸 절감하게 됐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기 되고 싶었다. 주변이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더 높은 위치에 승진하는 평범한 이들이 한번쯤 꿈꾸던 생각들. 지금은 모르겠다. 성과를 내고 싶은 것도 나를 위한 것보다는 그저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하니까 아등바등 붙드는 걸지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나를 보고 꿈이 뭐냐고 물었다. 앞으로 뭐가 되고 싶어서 기를 쓰고 열심히 하느냐는 것이다. 꿈이 없다는 게 부끄러워 얼버부린 적이 많았다. 막연한 미래를 상상하기 싫어서 현재에 몰두하게 되더라. 걸어가는 길목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네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이었냐고, 네가 소중하게 여기던 가치는 무엇이었냐고.
나는 불평등을 싫어했다. 특히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서 오는 차등을 줄일 수 있으면 했다. 취준생일 때 너무도 부족한 정보와,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에 질려버린 기억이 있다. 세상엔 무료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 방법을 몰라서 그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들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SNS에 좋은 아티클을 번역해서 공유하는 것도, 내가 회사에서 경험한 것들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도 회사 밖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목마른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라고 묻는다면, 국내에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프로덕트 코치'를 꺼내어 보고 싶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과 좋은 조직 문화를 꾸리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선 성과를 내고 실패를 많이 경험해야 한다.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속으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