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에서 신입, 신입에서 3년 차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사가 크게 바뀌었다. 취준생 시절에는 제품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눈에 띄는 UX/UI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된 글들을 주로 썼었다. 신입에서 1, 2년 차까지는 AB테스트, OKR, 선행/후행 지표 등 데이터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에 빠져있었고 SQL 쿼리로 기본적인 추출에서 유저행동 데이터를 쪼개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까지 정확하고 올바르게 추출과 해석하는 데에 집중했었다. 3년 차에 와서 UX/UI도, 데이터 분석도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전략이 없이는 UX를 아무리 좋게 해도, UI를 얼마나 아름답게 보여도, 복잡한 방법론으로 데이터를 분석해도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VOC로 자주 들어오는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면, 최근에는 고객이 아쉬운 소리를 해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는 무료 기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유료 기능의 혜택을 얻으려고 한다. 그 기능을 출시한다면? 무료 유저들이야 편해서 좋다지만, 기업은 적자에 시달리고 끝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유료 기능을 한시적으로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폭을 높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기업에게 손해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미래의 이익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다.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 모든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보다 높은 가치를 얻을만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 디스커버리 시장은 언어교환 시장보다 규모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언어교환을 하면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다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언어교환 니즈가 있는 사람들은 언어학습과 회화에 특화된 서비스를 찾을 것이고, 친구 사귀는 니즈가 있는 사람들은 SNS와 같이 유저 풀이 많은 서비스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케팅으로 데려왔는지를 알고, 어떤 기능들에 주로 결제를 하는지를 파악해서 뾰족하게 가져가는 형태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좁은 집단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하고 데려왔다면, 수직적으로 확장하거나 (언어학습 단계: 초급, 중급, 고급), 수평적으로 확장 (다양한 언어)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가면 된다. 때로는 사업이 지속 가능할 만큼의 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사업을 접거나 피봇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 신봉자가 되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결정사항도 AB 테스트 등을 관성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원칙 (심리학, 경제학 등)은 데이터로 검증하지 않고도 충분히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방법론을 알게 될수록 새로운 방법론을 무작정 적용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는 고급통계 수준보다는 평균값, 합계, 비율 등으로 비교적 단순한 결과값으로 충분하다.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현재 목표하는 성과지표는 무엇이고 이 후행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를 의사결정 트리 형태로 쪼개어 선행지표를 올릴 수 있는 다양한 가설들을 세우고 테스트하는 것이 났다.
PM 업무를 하면서 자주 놓치고 실수하는 것들을 정리했다.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UX/UI와 데이터 분석, 개발지식 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개발자와 협업을 하는 관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가 다른 직무보다 더 전문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얘기한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