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은 용기
일의 감각을 읽고서
회사원이 아닌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이 없어서 주변에서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를 해도 먼 얘기처럼 들렸다. 일의 감각은 그런 나에게 가슴 설레는 일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감각적인 브랜딩은 소위 말한 타고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물로만 놓고 봤을 때는 당연해 보이지만 그런 결과물을 생각해 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의 감각에선 창의적인, 감각적인 일은 타고난 능력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대중의 취향을 잘 조합해 감각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 이 책에서 얘기한 사례들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좋아한다. 한 곳에 정착하는 편이 아니라 그동안 평점이 좋거나 입소문이 난 카페들을 도장 찍듯 방문했다. 그러면서 오래 머물기 좋은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에 대한 나만의 취향이 생겼다. 직원과 손님 사이의 거리는 멀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 한 벽면은 큰 창이 놓이면 좋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으면 공기가 탁하기도 하고 답답하다. 크고 작은 식물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밋밋한 공간이 생기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놓여야 한다.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어 계속 머물고 싶게 한다.
이렇게 꼬리를 물며 나의 이상적인 카페 공간을 만들다 보면 내 취향에 맞는 카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게 일의 감각에서 얘기하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대중의 취향을 조합하는 행위이지 않나 싶다. 이런 관점으로 지금까지 감각적인 브랜딩을 해온 사업들을 바라보니 본인의 취향을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큼 세련되게 만들려고 고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은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 저서에서 말하는 창조적 행위와 닮아 있다. 릭 루빈은 수많은 미국 팝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며 여러 명곡을 만들어낸 작곡가다. 그는 아티스트의 평소 말투나 행위 등을 관찰하며 음악으로 담아낸다. 조수용 작가는 좋아하는 분야를 디깅 하며 본질을 정의하는 것처럼, 릭 루빈 또한 늘 열려 있는 자세로 이야기를 흡수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는 것이 전부라고 얘기한다.
말만 다를 뿐이지 일의 감각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지금 하는 일과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회사원이 아닌 온전한 나로서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설렘과 탁 트이는 시야를 경험했다. 일의 감각은 좋아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혼자서는 무언가를 해볼 수 없다고 느꼈던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