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아닌 어떻게로 접근하기
디자이너 J는 불안에 빠질 때면 일이 안 되는 이유를 찾았다. 혹은 이걸 하는 이유에 대해 나에게 반복적으로 물었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일이 안 풀릴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묻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나는 그런 행동이 팀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J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무거움이 드는 건 J의 불안이 가진 어떤 면에선 나의 불안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옛말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했던가. 세상은 내가 보는 시야에 갇혀 있어서 다른 이와 자신의 불행을 저울질했을 때 언제나 자신의 것에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친구나 가족에게 불안에 대해 얘기해도 위로를 받으며 가라앉히지만, 그때 잠시뿐 시간이 지나면 불안은 언제든 고개를 들고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나도 모르는 새 어둠에 잠겨버리고 만다.
오늘 친구 S를 만나면서 비로소 불안을 다스릴 방법을 깨달은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어떤 문제를 맞닥뜨리면 ‘왜'를 묻곤 했다. ‘왜 나는 답을 모르는 걸까’, ‘왜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해내는데 나는 그렇지 않을까.’ 사실 내가 해야 할 질문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였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접근했을까.’
친구는 상담교사로 첫 1년 동안은 등교거부를 하는 아이의 불안에 공감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래 네가 이렇게 느껴서 힘들었을 것 같아’와 같은 말들. 하지만 그런 공감은 아이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단호하게 '그건 안돼, 교칙을 지켜야지'라고 말할 때 불안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모든 일에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다. 때론 이유를 찾기보단 그 일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왜가 아닌 어떻게를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맞든 틀리든 뭐라도 해야 문제에 한 발씩 다가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