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손이 다시 긴장했다.

by 코모레비요이


러쉬 스파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오일 마사지를 배웠다. 태국에서 배웠던 마사지는 바닥에 매트를 깔고 고객의 몸에 체중을 실어가며 하는 방식이었다. 가까이 붙어 앉거나 무릎을 대고 움직였다. 여기서는 달랐다. 침대 옆에 서서 해야 했고 직접 침대 높이를 조절해야 했다. 오일을 쓰는 방식이라 동작도 훨씬 느렸다.


나는 그때까지 마사지는 으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반대였다.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려웠다. 기대면서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자꾸 버텼다. 어깨가 올라가고 손이 굳었다. 지금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때는 더 어려웠다.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000040.JPG 힘을 잘 빼고 쉬고 있는 네팔 댕댕이


트레이닝 첫날 트레이너가 나에게 “춤 잘 추세요?”라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이라 잠깐 멈칫했다가 “잘 추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즐기며 춘다"고 말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마사지도 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둘 다 몸에 힘을 빼고 흐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서 있는 자세를 보기 시작했다. 발바닥에 힘을 어떻게 두고 있는지, 어깨가 올라가 있는지, 숨을 참고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손보다 몸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힘을 주기보다 기대고 밀기보다 맡기는 쪽으로 바꾸려 했다. 여전히 어색했지만 몸은 조금씩 따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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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출근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와 근처 남산공원을 걸었다. 1월이라 공기는 차갑고 손끝이 시렸다. 소나무 숲을 지나갈 때면 공기가 더 맑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천천히 걷다 보면 몸이 먼저 풀렸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나서야 그날 배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트리트먼트를 배우기 시작하던 무렵에는 집에 돌아가서도 공부했다. 함께 트레이닝을 받던 친구들은 바로바로 몸으로 익혔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면 배운 동작을 하나씩 다시 손으로 적어 정리했다. 손의 위치와 속도 호흡의 길이를 천천히 되짚었다. 그렇게 적고 나서야 몸이 조금 따라왔다. 잘하려는 마음보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돌아보면 그때도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다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긴장이었다.

힘을 주려는 긴장이 아니라 힘을 빼기 위해 생기는 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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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에 함께 올리는 사진들은 모두 여행하면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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