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종 전형을 선호하는가
2028 대학 입시의 핵심은 내신 5등급제로의 전환, 수능 선택과목 폐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지난 글에서 내신 5등급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내신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이유에 대해서는 대략 이야기했어요. 다시 한번 써보자면 이전에는 상대평가가 아니던 전문교과를 상대평가하기 때문이에요. 수능 선택과목 폐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우선 내신 5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볼게요.
현재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수시와 정시예요. 다시 말해 학교 내신으로 들어가는 방법과 수능 점수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데요. 수시에는 주로 내신 점수로 들어가는 방법(교과)과 내신 점수를 포함한 학생부를 보고(여기에 면접을 더하여) 뽑는 방식(학종)이 있어요.
내신 5등급제로 전환이 된다면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교과 전형으로 학생들을 뽑기가 어려워집니다. 중위권 대학부터는 여전히 의미가 있죠. 그렇다면 교과 전형으로 없어진 티오는 어디로 들어가게 될까요? 대학에서 선호하는 전형으로 뽑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대학에서 선호하는 전형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려고 해요.
1. 대학은 수시, 그중에서도 학종을 가장 선호합니다.
상위권 대학은 아닐 것 같죠. 아니에요.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종을 좋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수들이 학종으로 자녀들 대학 보내기 위해서라는데 이건 정말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저 아는 서울대 미대 교수님은(아버지도 서울대 미대 교수였음) 딸을 삼수를 시켰는데도 서울대 미대를 못 보냈어요. 서울대 교수님들 중에 젤 부러운 사람은 아들 딸 서울대 보낸 사람이래요.
제가 고3 담임할 때 각종 대학의 교수님들이 오셔서 선물을 돌리고 가셨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삼척에서 오신 교수님이 주신 마른오징어였어요.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는 당연히 학생이 없어서잖아요. 그런데 이게 삼척 교수님만 걱정하시는 일이 아니에요. 애들은 줄고 그나마 남은 애들이 가고 싶은 대학, 학과는 다 비슷비슷해요.
정시로 대학 간 애들 중에 재수 생각 안 해본 애들은 서울대 의예과 간 애들 뿐일 거예요. 생각만 하나요. 실제로 실천을 얼마나 많이 하게요. 정시랑 수리논술은 한 세트니까 수리논술로 들어온 애들도 학과 이탈률이 못지않겠죠.
그런데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이탈을 하지 않아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학종은 진로의 큰 틀을 잡고 생기부를 채우는 애들이잖아요. 전공에 애착이 있어요. 게다가 학종은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훨씬 높게, 교과(내신만으로 가는 전형)보다 높게 쓰거든요. 사실상 본인이 갈 수 있든 대학 중에 가장 좋은 대학이니까 붙고 나면 얼마나 애착이 가겠어요.
붙고 나서는 어떻겠어요. 출결 좋고 성적 좋고 과세특에 행발까지 좋은 애들이 대학 가면 성정이 변하나요. 뭐든 열심히 성실하게 하니 교수님들 눈에도 예뻐 보이겠죠. 그렇게 말이 많던 서울대 지균도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결국 성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대학에서는 학종을 좋아할 수밖에요.
2. 대학별 고사는 쉽지 않아요.
이번에 대학별 고사를 본 두 곳의 대학에서 사고가 났어요. 한 군데는 유명했던 연세대학교 수리논술이고요. 한성대 미술 실기에서도 감독관의 실수로 난리가 났었어요. 대학별 고사라는 것이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만큼 중요한데요. 다시 말하면 대학에서는 수능만큼 엄밀하게 관리 감독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예요. 우리 모두 알잖아요. 시험 관리 감독이 어렵고요. 수능은 아무도 감독하고 싶지 않잖아요. 지금 연세대 소송하고 난리예요. 예전에는 물론 본고사도 봤죠. 그렇지만 그때 핸드폰이 있었나요.(사전유출 위험 적었음) SNS가 있었나요.(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 아무도 몰라요.)
이탈률도 높고 사고 위험도 높은 대학별 고사를 보려 할까요. 대신 대학들이 뭘 하고 있을까요. 서울대, 고려대에서 정시에 내신을 반영했고요.(비율은 매우 낮아요.) 한양대와 연세대도 내신을 반영할 거예요.(여기도 비율은 매우 미미해요.) 지금 간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데이터가 쌓이면 비율을 높일지 낮출지 결정하겠죠.
3. 학과 통폐합, 자율전공이 확대되고 있어요.
대학들 목줄을 죄는 대학 보조금을 아시나요. 대학 보조금을 못 받는 대학은 망하는 거예요. 그래서 보조금을 미끼로 대학입시요강을 요렇게 해라. 학과를 저렇게 해라. 정부가 참견할 수 있는 거예요. 올해 정부가 대학한테 시킨 게 뭐냐면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라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비인기 학과의 정원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어요.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율전공이 늘어나는 셈인데요. 이게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대학의 비인기학과는 인문계 수험생들의 도망갈 구멍이었는데요. 어쨌든 들어간 다음에 복수전공이나 전과를 하더라도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비인기학과가 없어지고 자율전공이 늘어난다는 건 사실상 자연계 학과의 쿼터가 늘어난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 내가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분명한 뜻이 없이 인문계를 선택해야 한다면 수시에서 승부를 봐서 자율전공으로 들어가는 게 베스트예요.
그래서 앞으로 학종은 줄어들 가능성이 없어요. 오히려 늘어날 수는 있죠.
대학별 고사는 실기고사를 제외한다면 늘어날 가능성이 적습니다.
인문계 수험생은 수시로 자율전공을 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